낙관이 우려로 바뀌었고 그 우려가 절망으로 떨어질뻔했다. 그러다가 기사회생. 한국야구대표팀은 '기적의 8회'를 또다시 만들어내며 아시안게임 역사상 가장 짜릿한 결승전을 만들어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었고, 금메달을 따면 본전치기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프로야구에 끼칠 긍정적인 영향은 군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스타급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는 것 외엔 없어보였다.
실제로 예선 3경기만 볼 때 아시안게임이 너무 시시했다. 약체인 태국과 홍콩에 콜드게임 승리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금메달을 다툴 것이라면서 긴장하고 치른 대만에 10대0 8회 콜드게임승을 거두면서 한국의 금메달은 120% 당연한 것이 됐다.
그러나 대만과의 결승전서 야구팬들은 오랜만에 야구의 희열과 감동을 맛봤다. 1회초 무사 만루가 될 때만해도 예선전과 같은 콜드게임승이 나올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박병호 강정호 나성범이 1점도 내지 못하고 내리 아웃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1회말 대만에게 1점을 먼저 내줬다. 5회초 손아섭의 동점타에 상대의 실책까지 더해져 2-1로 앞섰지만 6회말에 2점을 내주며 다시 역전당해 분위기가 완전히 떨어졌다. 7회말 무사 1,3루의 위기가 올 땐 사실상 절망적인 분위기가 됐다. 하지만 기적처럼 구원투수 안지만이 실점없이 세명의 타자를 모두 아웃시키며 희망이 생겼고, '운명의 8회'에서 4점을 뽑아 6대3의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전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방심하지 말고 집중해야 한다는 것과 최악의 상황이 돼도 최선을 다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한국야구대표팀이 보여줬다.
시시하게 끝나면서 프로야구만 2주간 쉰 것이 될 뻔했던 아시안게임이 최고의 명승부를 만들어내며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9전 전승 금메달과 2009년 WBC의 준우승 등으로 많은 야구팬을 만들어냈다. 최근 프로야구는 관중 정체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류현진 오승환 윤석민 등 스타들의 해외진출에 신생구단 출현으로 인한 전체적인 수준 하락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으로 다시한번 야구 흥행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1일부터 재개되는 프로야구가 아시안게임의 감동을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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