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체 태국과의 첫 경기, 경기가 한창일 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달린 선수가 있다. 대표팀 불펜투수 유원상(2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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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쑥스러운 승리다. 이날 기록을 보면 더욱 그렇다. 유원상은 이날 2피안타 2탈삼진을 기록했다. 태국이 기록한 2안타가 모두 유원상을 상대로 한 결과였다. 게다가 1사 1,3루에서 2루 도루까지 허용해 2,3루로 득점권에 두 명의 주자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 순간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유원상이었다.
유원상은 1사 2,3루에서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불을 껐지만, 가슴을 쓸어내린 건 사실이다. 약체 태국을 상대로 타선이 초반부터 힘을 내며 콜드게임을 향해 달려가는데 실점을 했다간 예상과는 다른 마운드 운용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유원상이 고전한 건 주무기인 슬라이더 때문이다. 선두타자 클락 알렉산더에게 맞은 안타는 직구가 한복판으로 몰렸고,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된 뒤 9번 왕비치 아디찻에게 맞은 중전안타는 슬라이더 실투였다. 높게 붕 떠서 들어간 슬라이더는 정확히 맞아 중견수 앞으로 날아갔다. 날카로움은 없었다.
2루 도루까지 허용해 1사 2,3루가 되자, 유원상은 보다 힘껏 직구를 던져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145㎞, 144㎞가 찍힐 정도로 평소처럼 힘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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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날카로운 고속 슬라이더는 유원상의 트레이드마크다. 지난 2011년 LG로 이적한 뒤, 슬라이더를 다듬어 이듬해 정상급 불펜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슬라이더를 빼놓고는 유원상을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훈련 때부터 유원상은 슬라이더 때문에 울상이었다. 평소 시즌 때 쓰는 공과 다른 특성을 가진 공인구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쓰이는 '미즈노 200'은 가볍고 반발력이 좋은 특성도 있지만, 투수들에게 민감한 부분은 가죽과 실밥이다. 보다 미끄럽고 실밥이 두텁고 높다는 평가.
마운드에서 계속해서 공을 던져야 하는 투수들에겐 공의 작은 변화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밥이 두텁고 높으면 공을 채는 구종인 슬라이더에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특히 유원상은 공을 찍어 누르는 식으로 슬라이더를 구사하는데 손에 걸리는 느낌이 덜해 스핀이 덜 먹고 있다. 이날 두번째 안타를 허용한 공이 정확히 그랬다. 손가락에 완전히 걸리지 않아 밋밋하게 붕 뜨고 말았다.
유원상은 태국전에 대해 "적응을 못 한건지, 아니면 방심한건지 모르겠다. 공인구 영향이 조금 있는 것 같다. 기존 공보다 끝이 딱 걸리는 느낌이 덜하다. 슬라이더를 안타 맞은 것도 '슥' 밀려 들어가더라"며 아쉬워했다.
주자가 나갔을 때 크게 긴장하진 않았다고. 그는 "실점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2루 도루를 허용한 뒤에 포수 (이)재원이와 웃기는 했다. 그땐 더 세게 던졌는데 더 강하게 눌렀는데 또 빠지는 게 있더라"고 말했다.
슬라이더에 대한 고민은 아직 진행중이다. 유원상은 "계속 던져봐야 알 것 같다. 좋지 않으면 그립이나 방법을 바꿔봐야 할 것 같다. 옆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나 포크볼을 던질까 고민중"이라고 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