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신' 김성근 감독(72)이 자유의 몸이 됐다. 지난 3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고양 원더스는 해체를 선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성근 눈높이에 달렸다
현재 프로야구 시장 상황은 김성근 감독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자유롭다. 누구와 접촉해도 문제될 게 없다. 원더스 해체로 졸지에 실업자가 된 코치들과 선수들이 눈에 밟힐 수는 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이번 2014시즌이 끝나고 난 후 사령탑 교체 때 영입 1순위로 평가받고 있다.
김 감독도 자리가 비어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최종 팀 성적에 따라 사령탑 교체가 다수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화, KIA, SK, 롯데 등을 꼽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사령탑이 필요할 때마다 영입 1순위에 꼽히는 카드였다. 결과로 보여준 게 있기 때문이다.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성적이 김 감독의 무기다. 반면 김 감독을 모시기 어렵게 만드는 건 까다로운 조건으로 알려져 있다. 한 구단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꾸리는 데 꼭 자기 사람을 몇 명 이상 넣어야 한다. 지방의 A 구단과도 감독 계약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구단이 원했던 레전드 출신 코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김 감독의 원칙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고 한다.
김 감독은 SK와 이별하는 과정에서 큰 잡음이 있었다. 사령탑으로 최고의 성적을 내면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구단 경영진과의 마찰로 물러났고, 그 후에도 미디어를 통해 SK에 서운했던 얘기를 수차례 밝혔다. SK에선 그것 때문에 속앓이가 심했다. SK 내부에서도 김 감독의 지도력과 성과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구단 스태프는 김 감독의 독불장군식 일처리에 무척 힘들어했다. 김 감독이 SK 내부에서 외로운 싸움을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김 감독이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좀더 여유가 생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감독 김성근이 브랜드로 가장 매력적인 이유는 그가 성적을 냈다는 점이다. 여기서 성적이라는 건 완성된 팀을 이끌고 낸 게 아니다. 팀을 맡아서 경기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기본 전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은 팀들을 정상급으로 만들어냈다. 누구도 'NO'라고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SK를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다. 그중 2007년, 2008년 그리고 2010년 챔피언에 등극했다. SK를 일약 명문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기간 동안 SK 선수들의 기량은 업그레이드가 됐다. 야구하는 기계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수비력은 훈련량에 정비례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수비 실수를 줄이기 위해 똑같은 반복 훈련을 지독하게 시켰다. 그런 고집스런 독한 훈련으로 지금의 정근우(한화) 최 정 박정권(이상 SK) 같은 최고의 내야수들이 탄생했다.
또 2002년에는 LG 트윈스 사령탑으로 페넌트레이스 4위로 올라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스와 명승부 끝에 준우승했다. 이밖에 OB 베어스(현 두산), 태평양 돌핀스, 삼성, 쌍방울 레이더스 사령탑을 두루 경험했다. 김응용 감독이 김성근 감독을 보고 '야구의 신'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현재까지 김성근 감독은 3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냈다. 김응용 감독의 10번에 비하면 수치상으로 초라하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은 우승에 목말라 있는 팀들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올려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승부사로 단기전에 강한 면을 보였다. 가을야구에서도 이점이 있다. 지난 3년의 프로야구 공백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일부에선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프로야구판에 와야 최강 삼성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올해 4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이제 김성근 감독이 와도 삼성 구단이 만들어가고 있는 시스템 야구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는 예상도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