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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 감독(72)이 자유의 몸이 됐다. 지난 3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고양 원더스는 해체를 선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 감독은 지난 2011시즌 중반 SK 와이번스 사령탑에서 물러나면서 프로야구판을 떠났다. 이후 독립구단 원더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그는 잠시 큰 판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과 대중적인 인기를 기반으로 현재 프로팀 감독 이상의 명성과 부를 누렸다. 원더스에서 웬만한 프로팀 지도자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 또 세계적인 명차를 제공받았다. 대기업체의 강연 요청도 끊이지 않아 부수입도 짭짤했다.
현재 프로야구 시장 상황은 김성근 감독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자유롭다. 누구와 접촉해도 문제될 게 없다. 원더스 해체로 졸지에 실업자가 된 코치들과 선수들이 눈에 밟힐 수는 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이번 2014시즌이 끝나고 난 후 사령탑 교체 때 영입 1순위로 평가받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확실한 팬덤을 가진 몇 안되는 사령탑 중 한 명이다. 그가 내뱉는 돌직구성 말에 지지를 보내는 팬층이 상당하다. 기대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는 팀들의 팬들은 김성근 감독이 와서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켜 팀 성적을 올려달라는 바람을 수도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런 팬들의 요구는 구단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구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 팬들의 목소리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또 일부 구단 오너들도 김성근 감독의 대중적인 인기와 그동안의 성적에 큰 호감을 보이기도 한다. 김 감독은 수많은 대기업체 특강을 하면서 여러 기업의 CEO들과도 깊은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감독도 자리가 비어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최종 팀 성적에 따라 사령탑 교체가 다수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화, KIA, SK, 롯데 등을 꼽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사령탑이 필요할 때마다 영입 1순위에 꼽히는 카드였다. 결과로 보여준 게 있기 때문이다.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성적이 김 감독의 무기다. 반면 김 감독을 모시기 어렵게 만드는 건 까다로운 조건으로 알려져 있다. 한 구단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꾸리는 데 꼭 자기 사람을 몇 명 이상 넣어야 한다. 지방의 A 구단과도 감독 계약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구단이 원했던 레전드 출신 코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김 감독의 원칙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고 한다.
김 감독은 SK와 이별하는 과정에서 큰 잡음이 있었다. 사령탑으로 최고의 성적을 내면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구단 경영진과의 마찰로 물러났고, 그 후에도 미디어를 통해 SK에 서운했던 얘기를 수차례 밝혔다. SK에선 그것 때문에 속앓이가 심했다. SK 내부에서도 김 감독의 지도력과 성과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구단 스태프는 김 감독의 독불장군식 일처리에 무척 힘들어했다. 김 감독이 SK 내부에서 외로운 싸움을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김 감독이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좀더 여유가 생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