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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시즌은 다를 것"이란 말이 맞을까.
넥센 히어로즈는 후반기 내내 단독 2위로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과 플레이오프 직행이 눈앞이다. 그런데 페넌트레이스에서 단 두 팀에게 상대전적에서 밀리고 있다. 1위 삼성 라이온즈(6승1무8패)와 3위 NC 다이노스(3승11패)다.
넥센이 보는 NC전 압도적 열세
염경엽 감독은 NC전 열세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NC전에 앞서 만난 그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약하게 걸리기도 했다. 우리가 안 좋을 때 많이 졌다. NC가 쉬고 나서 우리와 많이 붙었다. 하지만 모두 다 핑계다. 3승11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선발 싸움에서 안 됐다. 초반부터 스코어가 너무 벌어졌다. 우리가 다른 팀과 할 때는 마찬가지로 선발이 안 좋으니 같이 쳐서 가다 이긴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NC는 선발이 좋아 그렇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 2연전에서는 비슷하게 가다 졌다"고 덧붙였다.
페넌트레이스의 패배는 포스트 시즌을 위한 약이 될 것으로 봤다. 염 감독은 "포스트 시즌에 가면 분위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규시즌 때 많이 져서 선수들이 준비가 돼 있다. 아무래도 잘 했다면 방심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면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에서 말하는 걸 좀더 집중해서 듣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물론 잃는 것도 있다. 염 감독은 "득과 실이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상대가 좀더 자신감을 갖고 들어올 것이다. 가장 많이 잃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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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책 찾은 넥센, 꼬인 실타래 풀려간다
벌써 NC에 대한 대비는 시작됐다. 넥센은 4일 NC전에 파격적인 라인업을 선보였다. 기존 리드오프 서건창이 3번 타순으로 내려가고, 이택근과 문우람을 1,2번 테이블세터로 배치했다. 서건창은 데뷔 후 처음으로 3번을 맡았고, 이택근은 지난해 8월 8일 목동 SK전 이후 392일 만에 1번으로 나섰다.
새 라인업은 곧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그동안 공략에 실패하던 NC 선발 이재학을 무너뜨렸다. 이재학은 올시즌 넥센전 4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중이었다. 시즌 내내 페이스가 들쭉날쭉하지만, 넥센만 만나면 강한 모습을 보였다.
1회말 이택근과 문우람이 우익수 뜬공, 삼진으로 물러나 또다시 이재학에 막히는 듯 했다. 하지만 서건창은 끈질기게 공을 보면서 7구 만에 볼넷을 골라 나갔다.
이 볼넷은 컸다. 4번 박병호가 이재학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을 날렸다. 만약 서건창의 볼넷이 없었다면, 1회부터 맥없이 출발해 이재학에게 끌려갔을 가능성이 있다.
2회에도 이 라인업이 통했다. 1사 2,3루서 박동원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진 뒤, 이택근이 몸에 맞는 볼로 나가 선발 이재학을 강판시켰다. 대타 박헌도의 볼넷으로 1사 만루. 3번 서건창은 깔끔한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만들었다. 6-2로 점수차를 벌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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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감독은 최근 페이스가 정점에 오른 서건창을 해결사 역할로 썼고, 이로 인해 NC전마다 꽉 막혀있던 타선의 숨통이 트였다. 박병호의 장타력도 극대화시켰다. 마치 꼬여버린 실타래가 풀린 듯한 장면이었다.
넥센이 NC 상대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도 엿볼 수 있었다. 2회 실책성 수비로 동점을 허용한 좌익수 문우람을 2회말 공격 때 곧바로 대타 박헌도로 교체했다. 선수단에 긴장감을 주려 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넥센이 NC에게 약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상대의 '강한 선발투수' 때문이었다. 초반부터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니, 쉬운 경기를 펼칠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답이 보이고 있다. 넥센은 이날 13대5로 대승을 거뒀다. 향후 포스트 시즌에서 두 팀이 만난다면, 더욱 재미있는 맞대결이 펼쳐지지 않을까.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