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프로야구 공인구 제조업체와 구단간의 거래를 수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10개 프로구단에 최근 5년간 공인구 구입 현황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이 왜 갑자기 프로야구 공인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구단 안팎에서는 공인구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투서가 경찰 쪽에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야구용품제작사인 A업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A업체는 수년간 야구공 시장 점유율 1위였다. 최근 다른 업체의 성장으로 구단 점유율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 뿐아니라 야구 용품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찰이 관심을 갖는 건 제조업체들의 공인구 단가 부풀리기와 구단의 공인구 선정 과정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뒷거래다.
공인구의 단가는 업체별로 철저하게 대외비로 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 10개 팀에 공인구를 납품하는 업체는 스카이라인과 빅라인, ILB(맥스스포츠), 하드스포츠 등 4개다. 프로선수들이 사용하는 공인구의 단가는 6000원 정도다. 그럼 제조 원가는 얼마일까.
한 용품업체 관계자는 "요즘 중국의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비용이 많이 든다. 또 공값이 올라가지 않아 구단에 납품한다고 해도 별로 남는 게 없다"고 했다. 반면 업체들이 제조 원가에 비해 단가를 높게 책정해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KBO는 올해부터 공인구의 해외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공만 공인구로 인정했다.
업체들은 '갑'인 구단의 낙점을 받아야 하는 '을'의 입장이다. 한 구단이 1년에 사용하는 공값은 2억~3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구단과 업체는 대개 1년 계약을 한다. 업체별로 제품(공)의 질(반발력 크기 등 기준치)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미 조사돼 있다. 올해 KBO의 불시 검사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 따라서 업체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일을 하다보면 밥도 먹게 되고 술도 마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주목하는 건 금품 이상의 뒷거래다. 일부에선 특정 선수들이 이런 업체를 결정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구단 관계자들은 결국 선수들이 선호하는 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공에 가장 민감한 쪽은 야수 보다는 투수들이다.
업체들은 요즘 더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KBO는 지금 같은 공인구가 몇 개로 나눠져 있는 걸 하나로 통일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처럼 통일구를 채택하려고 한다. 공인구 관리를 좀더 잘 해서 불량공 등의 잡음을 없애겠다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기존 업체들은 반발이 심하다. 결국 한 업체를 선정할 경우 좁은 국내 야구시장에서 통일구로 채택되지 못하는 업체들은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KBO도 통일구로 가고 싶은데 잡음을 우려해 섣불리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들은 통일구로 갈 경우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살기 위해서 상대를 넘어트려야 하는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