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의 영광이 한국 야구의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4-1로 앞서며 경기를 주도하던 한국은 6회초 최해찬의 솔로홈런 등 대거 4점을 뽑으며 승기를 굳혔고, 6회말 미국의 파상공세를 3점으로 막으며 우승을 결정지었다.
이들의 우승이 한국 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적인 팽창만 거듭했던 한국 야구가 질적인 면에서도 업그레이드됐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기를 이어가고, 뒷받침할 재목이 나오지 않았다. 최근 프로에 갓 들어온 신인이 1군에서 맹활약하며 신인왕을 탄 것은 2007년 두산 베어스 임태훈 이후 없었다. 최근 6년 동안은 2∼3년 이상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중고 신인들이 신인상을 탔다. 외국인 선수를 2명에서 3명으로 늘린 것도 1군에서 뛸 실력 좋은 선수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유망 선수들의 실종 이유로 2002년 한-일월드컵을 꼽았다. 월드컵 열기가 몰아치면서 스포츠 유망주들이 야구보다 축구를 선택했고, 그 결과가 이들이 성인이 되는 시점인 2∼3년 전부터 나타났다는 것.
신인 지명에서도 한숨소리가 많았다. 예전처럼 군침을 흘릴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 24일 열린 신인 2차지명에서 해외에 진출했다가 돌아온 선수들이 상위 지명을 받은 것은 그만큼 이번에 나온 선수들 중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린 선수들의 맹활약은 선수 가뭄에 고민이 많았던 야구계에 희망을 안겼다. 이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를 시작한 세대다.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올라 쟁쟁한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엄청난 실력을 과시하며 전승 우승을 차지한 것은 그만큼 선수들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야구에서 92학번 세대를 황금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82년 시작된 프로야구를 보면서 야구를 시작했던 선수들이었다.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보면서 야구를 시작한 베이징세대가 성인 야구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프로야구가 인기에 걸맞은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가 온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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