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2전3기' 끝에 찾은 5선발 정대현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8-20 21:06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2014 프로야구 경기가 20일 인천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정대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cjg@sportschosun.com/2014.08.20/

두산이 '2전3기' 끝에 적절한 5선발감을 찾았다.

정대현은 20일 인천 SK전에서 5⅓이닝 3피안타 5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투구수는 81개.

5회까지 완벽했다. 2회 박정권에게 솔로홈런을 내줬을 뿐, 완벽하게 SK타선을 봉쇄했다. 최고 142㎞의 패스트볼은 빠르지 않았지만, 좌우로 꽉 차게 낮게 깔려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커브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1회 최 정을 낮은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은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이날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주무기 서클 체인지업이 오른손 타자 바깥으로 떨어뜨리며 SK 타자들을 요리했다.

6회 1사 이후 이명기에게 볼넷, 김성현에게 우선상 2루타를 허용하며 오현택과 교체됐다. 마땅한 5선발이 없는 두산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같은 활약이었다. 오현택이 최 정과 김강민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정대현의 실점은 3점으로 늘어났다.

프로 5년 차 좌완투수. 성남고 출신으로 2010년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두산 선발 로테이션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시즌 전 니퍼트-볼스테드-유희관-노경은으로 이어지는 선발 마운드는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노경은은 올 시즌 내내 부진하다. 볼스테드는 느린 슬라이드 스텝과 투구습관노출로 결국 유네스키 마야로 교체됐다. 유희관은 시즌 초반 MVP급 활약을 펼쳤지만, 6월들면서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결국 두산은 노경은의 2군행과 니퍼트의 등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괴멸되기도 했다. 잇단 우천취소로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두산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선발진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마땅한 5선발이 없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기존 4명의 선수 중 한 명만 부진해도 선발진 자체가 크게 흔들리는 원인을 제공했다.


두산은 올 시즌 내내 5선발감을 찾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시즌 전 5선발로 출발했던 이재우는 올 시즌 7경기에 등판, 1패1홀드 평균 자책점 6.04로 부진했다. 결국 2군에 있는 날이 더 많았다.

첫번째 5선발 후보는 오현택이었다. 중간계투와 롱릴리프로 유용하게 썼던 카드. 하지만 3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경기 초반에는 잘 버텼지만, 투구수 50개 안팎에서 공의 위력이 무뎌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게다가 오현택이 선발로 돌아서면서 경기 중반을 책임질 수 있는 롱 릴리프와 필승계투조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악영향도 있었다.

그리고 김강률이 시험대에 섰다. 150㎞ 안팎의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던지는 중간계투. 뛰어난 구위 때문에 2년 전 미야자키 캠프에서 마무리 후보로 거론된 적도 있다.

하지만 2회를 버티지 못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등판한 8일 잠실 넥센전에서 1⅓이닝 4피안타 4실점(3자책점)으로 무너졌다.

결국 정대현에게 기회가 왔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그에게 농담조로 던지는 말이 있다. "일본에 진출하면 성공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국내무대에서도 선발로 자리잡지 못한 정대현이 더욱 수준높은 일본프로야구에서 맹활약을 펼친다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다. 그에게는 특별한 부분이 있다.

해마다 일본 전지훈련지 미야자키에서 그는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140㎞ 안팎의 패스트볼과 서클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는 그의 가장 큰 약점은 경기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다. 제구력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좌우 코너워크가 완벽하게 되면서 주무기 서클 체인지업이 잘 통한다. 하지만 제구력이 좋지 않은 날에는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 전지훈련지 미야자키에서 매우 뛰어난 피칭을 선보인다. 그의 모습에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막상 국내로 돌아와서는 난조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그런 농담이 나온다.

그는 지난 겨울에도 미야자키에서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5선발 후보였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좋지 않았다. 결국 20일 SK전에 선발등판하기 전까지 1군 무대에서 7경기에 출전, 평균 자책점 10.38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2군으로 내려갔다.

최근 2군에서 꾸준히 선발로 등판하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5일 KT전에서 7이닝 10탈삼진 4피안타 1실점, 10일 화성전에서 6이닝 5탈삼진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결국 이날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피말리는 4강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산. 경기 기복이 심한 정대현은 몇 차례 선발 기회를 더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처럼 5선발 역할을 무난히 해준다면, 두산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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