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과 재치, 그리고 중심타자들의 화답. 제대로 손발이 맞았다. 연패를 끊기 위해선 이 정도 플레이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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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게임'. 연패의 부담을 덜고 다시 그라운드에 나서서일까. NC 선수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냈다.
0-1로 뒤진 4회말 그동안 손목 통증과 컨디션 저하로 고전하던 테임즈가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테임즈는 이호준 타석 때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이호준의 2루수 앞 땅볼로 1사 3루. 이종욱이 2루수 앞 땅볼에 그쳤으나, 모창민의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가 터져 동점을 만들었다.
박민우는 그대로 타석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트레이너에게 응급치료를 받고 일어났으나, 7구째 공이 또다시 파울이 되면서 이번엔 오른쪽 정강이를 때렸다.
고통스럽게 1루 쪽으로 향하는 박민우를 향해 또다시 트레이너가 뛰어나왔다. 하지만 박민우는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묵묵히 타석으로 돌아갔다.
박민우는 결국 8구째 볼을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했다. 투혼으로 만들어낸 무사 1,2루 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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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의 재치와 상대의 허술한 번트 시프트가 맞아 떨어졌다. SK 1루수와 3루수는 홈으로 쇄도했다. 이것만 보면 '100% 번트 시프트'다. 하지만 2루수와 유격수가 움직임이 없었다. 타구를 확인한 뒤에 움직이겠다는 '75% 수비'인데, 김종호의 번트가 허를 찌르는 타이밍에 나왔다.
게다가 상대의 강공을 대비해 2루수 나주환은 2루 쪽으로 향한 상태였다. 문광은에게 주자 견제 사인이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벌어졌고, 이미 1루주자 박민우는 2루에 거의 도달한 상황. 결국 1루가 휑하니 빌 수밖에 없었다.
김종호의 푸시 번트 타이밍, 그리고 코스가 기가 막혔다. 강공까지 머릿속에 그렸던 SK 내야진은 김종호에게 완벽히 당하고 말았다.
결국 무사 만루 찬스가 됐다. 이어지는 타순은 3,4,5번 클린업 트리오. 중심타선은 테이블세터의 투혼과 재치에 화답했다. 나성범은 잘 던지던 문광은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고, 부진에 빠져있던 테임즈는 스리런 홈런을 때렸다. 순식간에 6-1, 상대의 의지를 꺾는 '빅이닝'이었다.
마운드도 연패를 끊기 위해 힘을 냈다. 좌완 유망주 노성호는 다시 잡은 선발 기회에서 5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제구가 흔들리며 6안타 3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삼진 7개를 잡아내며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3회말 공격 때 자신을 지도하다 파울타구에 맞은 최일언 투수코치의 공백 역시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최 코치가 자리를 비우면서 김경문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투수를 교체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평소 최 코치가 마운드에 오르지만, 파울타구에 좌측 복부를 맞아 병원으로 향하면서 김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김 감독에게 공을 건네 받아서 일까. NC 불펜진 역시 1실점만 허용하고 승리를 지켰다. 김종호는 6회 쐐기 솔로홈런까지 날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김종호의 올시즌, 그리고 데뷔 2호 홈런이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