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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이승엽 앞세운 대포 대결의 승자는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8-12 07:07


11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삼성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연장 10회초 2사 1,3루서 삼성 이승엽이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환호하며 1루로 뛰어나가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8.11.

넥센 히어로즈는 올시즌 줄곧 팀홈런 1위를 지켰다. 서울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는 넥센은 10일까지 149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 강정호 이택근 유한준 김민성 등 내로라하는 거포들을 거느린 넥센이다. 넥센에 이어 많은 홈런을 친 팀은 삼성이다. 이날 현재 120개의 아치를 그렸다.

두 팀의 맞대결이 흥미로운 것은 현역 최고의 홈런타자 박병호와 돌아온 '홈런킹' 이승엽 때문이다. 이날 현재 박병호는 35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중이다. 이승엽 역시 올시즌 24개의 홈런을 치며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중이다. 10일까지는 그랬다. 11일 목동에서 열린 양팀간 13차전. 박병호와 이승엽이 다시 만났다.

경기전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 경기(9일 목동)서 박병호가 9회에 바뀌어서 우리가 경기를 쉽게 끝낼 수 있었다. 사실 그땐 부상인줄 몰랐다"면서 박병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곧바로 류 감독은 "우리 입장에서는 승엽이가 쳐야 경기가 잘 풀린다. 승엽이가 요즘 주춤한데 포항에서 경기를 더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다. 올해 승엽이가 포항에서 얼마나 잘 쳤나"라고 말했다. 결국 두 선수의 방망이에 따라 경기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류 감독의 생각대로 경기 분위기는 박병호와 이승엽의 방망이에 따라 움직였다. 먼저 홈런을 날린 쪽은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0-1로 뒤지고 있던 2회초 무사 1루서 우월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넥센 선발 소사를 상대로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가운데 낮게 들어오는 135㎞짜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즌 25호 아치. 1회말 이택근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맞은 삼성은 이승엽의 대포로 초반 밀릴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가져왔다.

삼성은 3회 채태인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하며 3-1로 스코어차를 벌렸다. 넥센으로서도 추격의 한 방이 필요하던 시점. 박병호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박병호는 1-3으로 뒤진 4회 1사 2루서 삼성 강속구 투수 밴덴헐크의 150㎞짜리 한복판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시즌 36호 홈런. 순식간에 3-3 동점. 분위기는 넥센쪽으로 흘렀다. 박병호에게 동점포를 허용한 밴덴헐크는 곧바로 강정호에게 2루타를 맞는 등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5회 넥센은 3점을 보태며 전세를 뒤집었다. 1사 2루서 이택근이 밴덴헐크를 좌월 투런포로 두들겼고, 계속된 1사 2루서 박병호가 깨끗한 중전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탰다. 6-3으로 넥센의 리드.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삼성. 4-6으로 뒤진 8회 이번에는 최형우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다. 1사 3루서 한현희를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날린 첫 대포였다. 6-6 동점 상황에서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홈런 5개를 주고받은 화끈한 대포 대결의 승자는 결국 삼성이었다. 그리고 삼성 승리의 주역은 이승엽. 이승엽은 연장 10회 2사 1,3루서 넥센 마무리 손승락의 143㎞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날리며 결승점을 뽑았다.

이승엽과 박병호가 맞대결에서 나란히 홈런을 친 것은 올시즌 처음이다. 지난 2012년 이승엽이 국내로 복귀한 이후로는 세 번째. 2012년 두 선수는 4월 15일 대구와 5월 18일 목동에서 서로가 보는 앞에서 각각 홈런포를 날렸다. 두 경기 모두 넥센이 이겼지만, 이날 만큼은 이승엽을 앞세운 삼성의 화력이 조금 더 강했다.
목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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