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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는 올시즌 줄곧 팀홈런 1위를 지켰다. 서울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는 넥센은 10일까지 149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 강정호 이택근 유한준 김민성 등 내로라하는 거포들을 거느린 넥센이다. 넥센에 이어 많은 홈런을 친 팀은 삼성이다. 이날 현재 120개의 아치를 그렸다.
류 감독의 생각대로 경기 분위기는 박병호와 이승엽의 방망이에 따라 움직였다. 먼저 홈런을 날린 쪽은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0-1로 뒤지고 있던 2회초 무사 1루서 우월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넥센 선발 소사를 상대로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가운데 낮게 들어오는 135㎞짜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즌 25호 아치. 1회말 이택근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맞은 삼성은 이승엽의 대포로 초반 밀릴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가져왔다.
삼성은 3회 채태인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하며 3-1로 스코어차를 벌렸다. 넥센으로서도 추격의 한 방이 필요하던 시점. 박병호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박병호는 1-3으로 뒤진 4회 1사 2루서 삼성 강속구 투수 밴덴헐크의 150㎞짜리 한복판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시즌 36호 홈런. 순식간에 3-3 동점. 분위기는 넥센쪽으로 흘렀다. 박병호에게 동점포를 허용한 밴덴헐크는 곧바로 강정호에게 2루타를 맞는 등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삼성. 4-6으로 뒤진 8회 이번에는 최형우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다. 1사 3루서 한현희를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날린 첫 대포였다. 6-6 동점 상황에서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홈런 5개를 주고받은 화끈한 대포 대결의 승자는 결국 삼성이었다. 그리고 삼성 승리의 주역은 이승엽. 이승엽은 연장 10회 2사 1,3루서 넥센 마무리 손승락의 143㎞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날리며 결승점을 뽑았다.
이승엽과 박병호가 맞대결에서 나란히 홈런을 친 것은 올시즌 처음이다. 지난 2012년 이승엽이 국내로 복귀한 이후로는 세 번째. 2012년 두 선수는 4월 15일 대구와 5월 18일 목동에서 서로가 보는 앞에서 각각 홈런포를 날렸다. 두 경기 모두 넥센이 이겼지만, 이날 만큼은 이승엽을 앞세운 삼성의 화력이 조금 더 강했다.
목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