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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살 4개 치고 이긴 한화, 만루포의 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8-11 21:33


전날 우천취소로 연기된 LG와 한화의 경기가 11일 월요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한화 피에가 1회말 1사 만루에서 LG 선발 신정락에게 우월 만루 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om/2014.08.11/

야구 경기에서 '한 경기 병살타 3개를 치는 팀은 이길 수 없다'라는 속설이 있다. 대부분 경기에서 이 속설은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허무하게 찬스를 3번 이상 날린 팀은, 그 기회에서 점수를 뽑지 못해 어려워지는 것 뿐 아니라 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힘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상대는 그 사이 찬스를 잡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 법칙을 보기 좋게 깨뜨린 팀이 나왔다. 그것도 꼴찌 한화 이글스였다.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 그 중에서도 모두를 흥분케하는 만루홈런 한 방이 병살타 4개의 악영향도 말끔히 지워버렸다.

한화가 LG 트윈스와의 2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한화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1회 터진 피에의 만루포와 선발 이태양의 호투에 힘입어 4대2로 승리했다. 3연승. 최하위지만 후반기 고춧가루 부대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과시하고 있다.

양팀의 경기는 예상 외의 흐름으로 전개됐다. 양팀의 승부는 1회 어느정도 갈리고 말았다. 1회초와 1회말, 각각 찬스를 잡았는데 결과는 한화쪽의 해피엔딩이었다.

경기의 일부분들이 투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 게임이었다. 먼저 1회초 한화 공격. LG 선발 신정락은 이용규를 삼진 처리하고 정근우에게 안타를 맞았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정근우에게 도루를 허용했다. 또, 도루를 내주는 과정에서 실책이 나와 정근우는 3루까지 진루했다.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자 신정락이 당황했다. 안그래도 마운드에서 잘 흔들리는 유형의 투수다. 볼넷과 사구가 연속으로 나왔다. 허무하게 상대에 만루 찬스를 내줬다. 여기서 피에의 만루포가 터졌다. 시즌 12번째 홈런이자 자신의 2번째 그랜드슬램. 볼카운트 1B1S 상황서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렸고, 피에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 홈런포 한방이 한화 선발 이태양에게는 엄청난 힘이 됐다. 이태양은 7월부터 고행길에 올랐다. 지난 5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6경기 1승4패. 특히, 최근 3연패였고 직전 2경기였던 넥센 히어로즈전과 삼성전에서는 각각 2⅔이닝 8실점(7자책점), 3⅔이닝 7실점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이 확정된 이후 2경기를 모두 망쳤다.

당연히 이날 등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더 경기를 망친다면 '왜 저런 선수가 아시안게임 대표에 뽑혔느냐'는 얘기가 나올게 뻔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투수. 흔들릴 가능성이 충분했지만, 피에의 만루홈런 한방으로 어깨에 내려앉았던 무거운 짐이 사라졌다. 1회 2사 후 3연속 안타를 맞아 1실점 했지만 스나이더를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큰 위기를 한 차례 넘기자 지난 두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최고구속 147km 강속구와 주무기인 포크볼을 앞세워 LG 타선을 요리했다. 6⅓이닝 2실점. 아시안게임 대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한화는 이날 경기를 더욱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LG 신정락의 구위와 제구가 그리 좋지 않았다. 매이닝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3회, 4회, 6회, 그리고 8회 총 4차례의 병살타를 기록하며 도망갈 기회를 놓쳤다. 이기긴 했지만, 계속해서 불안한 상황 속에 필승조 안영명, 박정진을 가동하고 어렵게 경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월요일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당장 12일부터 6연전을 치러야 하기에 도망가는 점수가 아까웠다. 또, 최근 박정진 안영명 윤규진 등 필승조의 구위가 훌륭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지 전반기의 한화라면 충분히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위기이기도 했다.


그래도 한화 입장에서는 3연승을 거뒀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날 승리로 8위 SK 와이번스가 NC 다이노스에게 패할 시 승차가 1.5경기로 줄어들게 된다. 탈꼴찌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피에의 값진 만루포 한 방이었다. 반대로 타선이 2경기 연속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LG는 이날 승리시 4위 롯데 자이언츠를 0.5경기 차로 추격할 수 있었지만, 최하위 한화전 2연패로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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