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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 개그 프로그램 중에서 '멘탈갑'이라는 코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은 그 어떤 악성 댓글에도 강한 멘탈을 발휘하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큰 웃음을 선사한다. 멘탈이 강하다는 사람들은 이 멘탈갑 주인공의 독설 한방에 무너지고 만다. 개그 프로에서만 멘탈갑을 볼 수 있는게 아니다. 야구장에서도 강철 멘탈을 소유한 선수를 만나볼 수 있다.
2014년 7월 28일.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 출전할 23명의 최종 엔트리가 발표됐다. 병역 혜택이 걸린 사실상의 마지막 국제대회. 어떤 선수들이 뽑히게 될까 야구계 관계자, 팬들의 관심이 엄청나게 쏠려있었다. 엔트리 발표 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비난의 화살은 유독 한 선수에게 쏠렸다. LG 트윈스 투수 유원상이었다. 올시즌 4승3패10홀드 평균자책점 4.37. 중간계투로 평범한 성적이다. 이 성적도 전반기 막판부터 좋아진 구위 덕에 많이 끌어올린 성적. 2012시즌 21홀드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 우완 불펜으로 거듭나는 듯 했지만, 지난해 구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유원상이 다른 에이스급 투수들을 제치고 대표팀에 선발되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유원상도 사람이다. 대표팀 엔트리 발표 후, 자신에 대해 이야기가 쏟아지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유원상은 "솔직히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방법은 하나였다. 더 이를 악물고 던져 실력으로 비난을 잠재우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보통, 도를 지나친 관심과 비난의 시선에 많은 선수들이 멘탈적으로 무너지고 만다. 경기력에 바로 영향을 준다. 유원상도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공은 더욱 강해졌다. 멘탈갑, 인정이다.
유원상은 최근 잘나가고 있는 자신과 팀에 대해 "선수들끼리는 순위와 상관 없이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4강 갈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해왔다. 지금 팀 분위기는 최고로 좋다"고 말하면서 "이렇게만 흘러간다면 아무래도 투수력이 좋은 우리가 4강 싸움에서 가장 유리하지 않겠나. 팀의 4강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짓궂은 질문을 하나 던졌다. 소식팀 LG의 우승, 그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중 꼭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엇을 고르겠냐고. 유원상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고 와서 우승도 할 것"이라며 재치있게 넘겼다. 유원상은 "나에게도, 우리 팀에게도 하늘이 기회를 내려주셨다. 꼴찌팀이 4강을 바라보고 있다는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유원상의 두 가지 소원이 올시즌 모두 이뤄질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