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멘탈갑' 유원상이 만들고 있는 반전 스토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8-11 08:31



최근 TV 개그 프로그램 중에서 '멘탈갑'이라는 코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은 그 어떤 악성 댓글에도 강한 멘탈을 발휘하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큰 웃음을 선사한다. 멘탈이 강하다는 사람들은 이 멘탈갑 주인공의 독설 한방에 무너지고 만다. 개그 프로에서만 멘탈갑을 볼 수 있는게 아니다. 야구장에서도 강철 멘탈을 소유한 선수를 만나볼 수 있다.

2014년 7월 28일.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 출전할 23명의 최종 엔트리가 발표됐다. 병역 혜택이 걸린 사실상의 마지막 국제대회. 어떤 선수들이 뽑히게 될까 야구계 관계자, 팬들의 관심이 엄청나게 쏠려있었다. 엔트리 발표 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비난의 화살은 유독 한 선수에게 쏠렸다. LG 트윈스 투수 유원상이었다. 올시즌 4승3패10홀드 평균자책점 4.37. 중간계투로 평범한 성적이다. 이 성적도 전반기 막판부터 좋아진 구위 덕에 많이 끌어올린 성적. 2012시즌 21홀드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 우완 불펜으로 거듭나는 듯 했지만, 지난해 구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유원상이 다른 에이스급 투수들을 제치고 대표팀에 선발되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유원상은 조용히 반전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엔트리 발표 후 대표팀 투수들이 경기에서 애를 먹고있는 가운데, 유원상은 훨씬 좋아진 구위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더블 스토퍼로 낙점된 봉중근(LG) 임창용(삼성)이 최근 동반 부진한 가운데 이태양(한화) 이재학(NC) 안지만(삼성) 등도 최근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하지만 유원상은 엔트리 발표 하루 뒤인 29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시작으로 5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5경기 6⅔이닝 동안 잡아낸 삼진 수가 무려 5개. 특히, 4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는 3이닝을 소화하며 승리를 따내 1이닝 이상 투구를 할 수 있는 전천후 불펜으로서의 가치도 입증했다. 유원상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시점부터 좋아진 성적과 구위에 대해 "감독, 코치님께서 너무 타이트한 상황보다는 8회 이전, 필승조에 이어주는 역할을 부여해주셨다. 어느정도 부담을 덜고 자신있게 공을 뿌리고 무실점 경기가 이어지며 자신감을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원래 구위는 좋았다. 들쭉날쭉한 제구가 문제였다. 자신감을 회복하며 확실히 영점을 잡았고, 이제는 경기 최고 승부처에서 투입되더라도 긴장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원상도 사람이다. 대표팀 엔트리 발표 후, 자신에 대해 이야기가 쏟아지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유원상은 "솔직히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방법은 하나였다. 더 이를 악물고 던져 실력으로 비난을 잠재우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보통, 도를 지나친 관심과 비난의 시선에 많은 선수들이 멘탈적으로 무너지고 만다. 경기력에 바로 영향을 준다. 유원상도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공은 더욱 강해졌다. 멘탈갑, 인정이다.

유원상은 최근 잘나가고 있는 자신과 팀에 대해 "선수들끼리는 순위와 상관 없이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4강 갈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해왔다. 지금 팀 분위기는 최고로 좋다"고 말하면서 "이렇게만 흘러간다면 아무래도 투수력이 좋은 우리가 4강 싸움에서 가장 유리하지 않겠나. 팀의 4강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짓궂은 질문을 하나 던졌다. 소식팀 LG의 우승, 그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중 꼭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엇을 고르겠냐고. 유원상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고 와서 우승도 할 것"이라며 재치있게 넘겼다. 유원상은 "나에게도, 우리 팀에게도 하늘이 기회를 내려주셨다. 꼴찌팀이 4강을 바라보고 있다는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유원상의 두 가지 소원이 올시즌 모두 이뤄질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