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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왕 커쇼, 전설 쿠팩스를 향해 달려간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8-04 06:36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올시즌 4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1일(한국시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서 투구를 하고 있는 커쇼. ⓒAFPBBNews1 = News1

LA 다저스 역대 최고의 투수는 '황금의 왼팔'이라 불리는 샌디 쿠팩스다.

1935년 생인 쿠팩스는 올 해 79세로 아직도 다저스 팬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매년 다저스의 스프링캠프에도 등장해 어린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쿠팩스는 다저스가 뉴욕에 연고지를 두고 있던 195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가 에이스로 떠오른 것은 18승13패, 평균자책점 3.52를 거둔 1961년이다. 초창기 크게 각광을 받지 못했던 쿠팩스는 입단 7년차에 다저스의 주력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1966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황금의 6시즌을 보냈다. 이 기간에 사이영상을 3차례 수상했다. 1963년에는 사이영상과 페넌트레이스 MVP를 함께 거머쥐었다. 그는 전성기를 달리던 31세의 나이에 돌연 은퇴를 선언해 충격을 줬다. 팔꿈치 부상으로 더이상 공을 던질 수 없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그는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주목을 받았다.

쿠팩스가 남긴 기록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부문은 평균자책점이다. 1962년부터 은퇴할 때까지 5년 연속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139년의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5년 연속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낸 투수는 쿠팩스가 유일하다. 이 기간 1점대를 3번이나 기록했다.

쿠팩스에서 시작돼 스티브 칼튼, 랜디 존슨, 톰 글래빈으로 이어진 전설의 왼손 투수 계보는 지금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잇고 있다. 커쇼가 1988년 생이니 쿠팩스의 53년 후배인 셈이다. 커쇼가 쿠팩스의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커쇼는 올시즌 내셔너리그 평균자책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1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1실점의 완투승으로 시즌 13승을 따내며 평균자책점을 1.71로 낮췄다. 이날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마크하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시즌 초 한 달 넘게 결장했던 커쇼는 5월 7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서 복귀해 적응기를 거친 뒤 6월 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부터 11연승을 달렸다.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선두가 됐을 뿐만 아니라, 이닝 소화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규정이닝을 채우더니 평균자책점을 1점대까지 끌어내리며 이 부문 선두로 올라섰다.

커쇼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올시즌에도 이변이 없는 한 평균자책점 타이틀은 커쇼의 몫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시내티 레즈의 쟈니 쿠에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애덤 웨인라이트가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으로 추격중이지만, 커쇼의 기세에는 미치지 못한다.

커쇼가 만약 4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다면 이는 역사상 3번째 기록이 된다. 쿠팩스 말고도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의 레프티 그로브가 1929~1932년까지 4시즌 연속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커쇼로서는 역대 최고의 왼손 투수 반열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커쇼의 투구가 흥미로운 것은 쿠팩스와 볼배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쿠팩스 역시 90마일대 중반의 빠른 볼과 커브를 가지고 당대를 호령했다. 커쇼는 89~95마일의 다양한 스피드의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흔들면서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것도 공통점이다. 쿠팩스는 탈삼진 타이틀을 4번이나 거머쥐었다. 커쇼도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2011년과 2013년, 내셔널리그 탈삼진 1위에 올랐다. 올시즌에도 이날 현재 150탈삼진으로 이 부문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만일 커쇼가 올시즌에도 사이영상을 탄다면 수상횟수로 쿠팩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21세기 왼손 투수의 전설은 이미 시작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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