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 역대 최고의 투수는 '황금의 왼팔'이라 불리는 샌디 쿠팩스다.
쿠팩스에서 시작돼 스티브 칼튼, 랜디 존슨, 톰 글래빈으로 이어진 전설의 왼손 투수 계보는 지금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잇고 있다. 커쇼가 1988년 생이니 쿠팩스의 53년 후배인 셈이다. 커쇼가 쿠팩스의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커쇼는 올시즌 내셔너리그 평균자책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1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1실점의 완투승으로 시즌 13승을 따내며 평균자책점을 1.71로 낮췄다. 이날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마크하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시즌 초 한 달 넘게 결장했던 커쇼는 5월 7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서 복귀해 적응기를 거친 뒤 6월 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부터 11연승을 달렸다.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선두가 됐을 뿐만 아니라, 이닝 소화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규정이닝을 채우더니 평균자책점을 1점대까지 끌어내리며 이 부문 선두로 올라섰다.
커쇼가 만약 4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다면 이는 역사상 3번째 기록이 된다. 쿠팩스 말고도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의 레프티 그로브가 1929~1932년까지 4시즌 연속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커쇼로서는 역대 최고의 왼손 투수 반열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커쇼의 투구가 흥미로운 것은 쿠팩스와 볼배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쿠팩스 역시 90마일대 중반의 빠른 볼과 커브를 가지고 당대를 호령했다. 커쇼는 89~95마일의 다양한 스피드의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흔들면서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것도 공통점이다. 쿠팩스는 탈삼진 타이틀을 4번이나 거머쥐었다. 커쇼도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2011년과 2013년, 내셔널리그 탈삼진 1위에 올랐다. 올시즌에도 이날 현재 150탈삼진으로 이 부문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만일 커쇼가 올시즌에도 사이영상을 탄다면 수상횟수로 쿠팩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21세기 왼손 투수의 전설은 이미 시작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