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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안녕하십니까!"
KIA 선동열 감독이 모처럼 흐뭇하게 웃었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한 외야수 나지완(29) 덕분이다. 나지완은 엔트리 합류가 최종 결정된 이튿날인 2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선 감독의 어깨를 주무르며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마음고생이 큰 건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군입대를 몇 차례 미루면서 어느새 나이가 꽉 찼다. 4번타자가 필요했던 팀 사정, 그리고 조금만 더 하면 태극마크가 보일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지완은 서른 살이 됐다.
벼랑 끝에서 따낸 태극마크, 나지완은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말 한 마디로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사실 나지완은 이전에도 수차례 군입대를 고민했다.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으로 팀에 10번째 우승을 안긴 뒤부터 매년 갈림길에 섰다.
모두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KIA의 L-C-K포(이범호 최희섭 김상현), 하지만 정작 위기 때마다 팀의 4번타자 자리를 지킨 건 나지완이었다. 주축들의 연쇄부상에도 매년 중심타선을 지켜왔다. 팀 입장에선 나지완이 필요했다. 입대하겠다던 그를 잡는 일도 많았다. 결국 나지완은 끝내 타이거즈의 4번타자로 우뚝 섰다. 군 문제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지완은 오히려 팀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그동안 프런트에서 자기 일처럼 군 문제를 챙겨주셨다. 계속 신경 써주시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시즌은 야구인생에 있어 가장 힘든 한 해였다. 나지완은 "지금 잘 되고는 있지만, 정말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대표팀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는 잠을 잘 못 잤다. 근데 대표팀 선수가 됐다고 편히 잘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 이젠 책임감도 생기고, 더 큰 부담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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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부진도 있었다. 개막 이후 5경기에서 18타수 무안타에 그쳤을 땐, 모든 걸 내려놨다. 마음을 비우니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시안게임이 족쇄가 돼서는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그래도 5월과 6월 맹타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젠 각종 타격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래도 수비에서 갖는 약점 때문에 내심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나지완은 좌익수지만,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왔다. 수비력에 있어선 다른 국가대표 외야수들보다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지완은 "수비 때문에 안될 것이란 생각도 했다. 그래서 올시즌엔 자청해서 수비에 나간 적이 많다. 감독님, 코치님들께서 배려해주셔서 좌익수로 많이 나갔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대표팀을 이끄는 류중일 감독은 나지완을 지명타자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수비에 투입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나지완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쪽을 선택했다.
다른 정상급 타자 대신 나지완을 선발하며 믿음을 준 것이다. 나지완은 "누구나 지명타자로는 (김)태균이형이 뽑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선택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난 29일 경기에선 일부 팬들의 비난도 받았다. 나지완은 1-1 동점이던 4회초 1사 후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계속된 1,2루서 안치홍의 우전안타 때 2루에서 홈까지 쇄도했다. 김종국 주루코치가 멈추라는 사인을 냈음에도 홈까지 내달렸다. 이에 인터넷상에서 안타를 친 안치홍이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사실을 언급하며 비난을 보낸 것이다.
사실 나지완의 홈 쇄도는 안치홍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그는 "치홍이가 룸메이트인데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당시엔 치홍이의 타점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코치님의 사인을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오는 9월 아시안게임까지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나지완은 "일단 다치지 않고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우리 팀 사정상 대표가 됐다고 쉬어선 안 된다. 끝까지 좋은 결과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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