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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칭 '좌우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좌타자에는 좌완 투수가 강하고, 우타자에는 우완 투수가 강하다는 야구 속설입니다. 상대 선발이 좌완 투수로 예고될 경우 우타자를 중심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고, 경기 도중 좌타자가 등장할 경우 좌완 투수를 등판시켜 기계적으로 좌우를 맞춰 나가는 것입니다.
22일 광주 경기에서 KIA의 선발 투수 좌완 양현종을 상대한 LG의 중심 타선은 3번 박용택, 4번 스나이더, 5번 이진영, 6번 이병규(7번)로 좌타자 일색이었습니다. 24일 광주 경기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KIA 선발 좌완 임준섭을 상대로 LG의 중심 타선은 3번 박용택, 4번 이진영, 5번 스나이더, 6번 이병규(7번)로 좌타자만으로 구성되었습니다. 27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좌완 유먼을 상대했는데 LG의 중심 타선은 3번 박용택, 4번 이병규(7번), 5번 스나이더, 6번 이진영으로 역시 좌타자들로만 이루어졌습니다.
상대 선발이 좌완 투수일 경우에도 좌타자 일색의 중심 타선 배치는 믿을 만한 우타자가 크게 부족한 LG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LG는 좌타자가 많은 팀이었습니다. LG를 맡았던 감독들은 좌완 투수가 선발 등판할 경우 어떻게든 우타자를 중심 타선에 끼워 넣으며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따라서 좌완 선발 투수를 상대로 좌타자를 중심 타선에 집중 배치하는 양상문 감독의 시도는 참신하기까지 합니다. 아마도 양상문 감독은 상대 선발 투수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가장 좋은 타자들을 중심 타선에 배치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지 신재웅이 앞서는 경기에 등판하는 필승계투조, 윤지웅이 다소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등판하는 추격조로 역할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두 좌완 투수가 원 포인트 릴리프가 아니라 1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아 이동현, 유원상, 정찬헌 등 우완 불펜 투수들의 부담도 한결 덜합니다.
27일 잠실 경기에서도 세 번째 투수로 9회초 1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신재웅은 좌타자와 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2이닝을 던졌습니다. 연장 11회초 1사 후 황재균을 상대로 실투로 인해 솔로 홈런을 허용하기 전까지 신재웅은 호투를 과시했습니다.
LG는 양상문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올 시즌 최하위를 도맡아 놓은 듯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의 부임 이후 무섭게 치고 올라와 4위 싸움에 도전장을 던지는 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LG 선전의 이면에는 '좌우놀이'라는 야구판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양상문 감독의 뚝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