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권 판도 변화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까.
LG 트윈스의 변화 조짐이 심상치 않다.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강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안정적인 야구를 보여주고 있는 LG다. 2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까지, 양 감독 체제 이후 29경기를 치르며 드디어 5할 승률을 넘어섰다. 15승14패다. 부임 직후 경기들에서는 팀 파악이 제대로 안돼 신임 감독으로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팀 운영 방안에 대한 틀을 잡은 듯이 보인다. 성적과 경기력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지금이 조용한 상승세가 향후 어떻게 이어질까. LG 야구 미래를 분석해봤다.
양 감독은 23일 한화전을 앞두고 "전반기 이전 기회가 한 번은 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반기 이전 기회가 온다는 것, 양 감독이 대놓고 표현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중위권 싸움 판도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뜻이다.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후반기까지 차근차근 성적을 끌어올려 4강 싸움에도 뛰어들 수 있는 성적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25승1무37패. 아직 5할 승률에서 -12승이다. 일단, 5할 승률에 도달을 해야 그 다음 목표에 대해 얘기할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시즌이다.
쉽지 만은 않다. 하지만 허황된 소리도 아니다. 일단, 최근 팀이 확실한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한화 3연전 포함, 3연속 위닝시리즈다. 12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가 비로 취소됐었는데, 이 경기까지 잡았더라면 4연속 위닝시리즈가 될 뻔 했다.
선발진의 안정이 연속 위닝시리즈의 원동력이다. 류제국이 토종 에이스로서의 모습을 확실히 되찾았고, 외국인 투수 리오단이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준 호투를 재현하고 있다. 우규민과 티포드도 상대를 압도하는 구위는 아니지만 선발로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렇게 4명의 선발투수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니 팀 전력이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타고투저의 시대, LG 타선도 타 구단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결국, 길게 봤을 때 선발 싸움이다. 시즌은 반도 치르지 않았다. 남은 경기가 많다. 선발진이 지금의 모습만 유지해나간다면 위닝시리즈도 늘어나게 되고, 그렇게 5할 승률 기준 까먹었던 마이너스 승수를 천천히 채워나갈 수 있게 된다.
"긴 연승을 한 번 해야한다."
사실 양 감독은 지난 13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연승에 대한 욕심을 슬며시 드러낸 적이 있었다. 당시 양 감독은 "4~5연승 정도가 한 번 나와줘야 한다"며 "너무 늦지 않게 긴 연승이 한 번 나와줘야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승부를 걸어볼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당시 SK와의 3연전 첫 경기를 치르는 날이었는데, LG의 전력이 어느정도 다져진 시기에서 나온 양 감독의 발언이었다. 이 경기부터 3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해냈다.
하지만 위닝시리즈에서 그치고 말았다. 양 감독이 바라던 4~5연승은 없었다. 양 감독은 왜 당시 꼴찌팀 감독으로서 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것일까. 아무리 감독 눈에 팀 전력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여도,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그 전력은 한순간에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차근차근 상위팀들과의 승차를 좁혀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이겨도 '아, 기존 승차가 너무 컸구나. 우리는 아무리 해도 저 팀들을 따라갈 수 없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팀은 망가진다는 것을 양 감독이 모를리 없었다. 결국 중상위권팀들과 10경기 이상 벌어졌던 승차를 한자릿수로 줄이는 과정이 시급했다. 선수들에게 '이제 조금만 힘을 내면 따라갈 수 있다'라는 생각을 심어줘야 했다.
물론, 23일 기준 LG는 4위 롯데를 6.5경기차로 추격하게 됐다. 결코 따라가지 못할 승차가 아니다. 하지만 3연속 위닝시리즈의 과정을 보면 연승에 대한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 첫 경기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17일 두산과의 첫 경기에서는 3점차로 앞서던 8회말 통한의 동점 스리런포를 허용하고 9회 끝내기 안타를 맞고 6대7로 졌다. 21일 한화전 역시 8회 김태균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으며 2대4로 패했다. 물론 이 경기를 승리했을 시 다음 경기 선수들의 경기력에 다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변수가 있지만, 운이 아닌 경기력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경기들이라고 봤을 때 이 두 경기 승리를 쟁취했더라면 7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완전한 신바람을 탈 수 있는 기회였다는 뜻이다.
물론 이 패배들도 실력탓이다. 불운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때문에 양 감독 입장에서는 이런 아쉬운 경기들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전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결국 불펜이다. 두 경기 모두 불펜 운영에서 꼬였다. 필승조와 마무리 봉중근 투입 사이에서의 투수 운용이 현재 LG에 가장 큰 숙제다. 이동현, 유원상, 봉중근 이름값은 리그 최고 수준이지만 최근 구위나 내구성에서 조금은 문제를 드러내는 필승조 운영에 LG의 운명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