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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독한 야구' 실현시킨 니퍼트의 '독한 야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6-19 07:24


두산과 LG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2사 만루 LG 이병규가 두산 정재훈의 투구를 받아쳐 중견수 뒤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이병규.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6.18/

'독하다.'

독기가 있다, 의지가 강하다라는 형용사다. 프로야구에 독하다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취임사로 "'독한 야구'를 하겠다"고 하면서다. 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상대를 물고늘어지는 팀 컬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결과물이 나왔다. LG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지붕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제대로 된 독한 야구를 선보이며 10대8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재미있는 것은 LG의 독한 야구가 두산 투수 니퍼트의 또 다른 독한 야구 때문에 실현 가능했다는 것이다.

니퍼트, 독하지 말하야 할 독한 야구의 반복

니퍼트의 좋지 않은 버릇이 또 나왔다. 이 때문에 경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니퍼트는 팀이 5-0으로 앞서던 4회초 선두타자 박용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땅볼 타구를 잡기 위해 공을 던지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공이 니퍼트의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을 한꺼번에 강타했고 박용택은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니퍼트 만의 버릇이다. 니퍼트는 지난 시즌에도 자신의 곁으로 스쳐가는 강한 타구를 잡고자 하는 욕심에 맨손 캐치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강한 타구에 손가락이 잘못 맞기라도 한다면 골절 등의 큰 부상 위험이 있다. 당시 두산을 이끌던 김진욱 감독은 "승부욕이 넘치는 것은 좋지만, 투수라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고 강조했었다.

결국 아웃을 시키고 싶다는 본능이고, 공이 지나가면 잡으려고 습관이다. 문제는 그 아웃 하나 때문에 시즌 전체를 망칠 수도 있는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니퍼트는 큰 부상이 아닌 듯 공을 다시 던졌다. 병원 검진 결과 단순 타박상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다시 반복해서는 안될 플레이인 것은 확실하다.


중요한 건, 이 플레이 하나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는 것이다. 니퍼트는 이날 최고구속 154km의 강속구와 정확한 제구를 앞세워 LG 타선을 압도했다. 3회까지 퍼펙트였다. 쉽게 칠 수 없는 공이었다. 투구수도 적어 사실상 완투 페이스였다. 그런데 4회 사고가 발생한 후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4회에만 4안타에 희생플라이 1개를 허용하며 2실점했다. 그리고 5회를 삼자범퇴 처리했지만 보호 차원에서 59개의 공 만을 던지고 강판당했다.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하마터면 니퍼트의 구위, 점수차를 감안했을 때 사기가 완전히 꺾일 LG 타선의 기를 살려줬다. 그리고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 불펜 소모를 하게 했다. 불펜이 잘던졌다면 모를까, 역전까지 당했으니 두산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두산과 LG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두산 니퍼트가 LG 박용택의 강습 타구를 오른손에 맞은 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6.18/
야금야금 상대 목을 죈 LG의 독한 야구

2-5로 추격을 한 LG. 사실 아까웠다. 0-5로 밀리던 4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 2점밖에 뽑지 못한 것, 그리고 6회 무사 1, 2루 찬스에서 1득점에 그친 것은 성에 찰 수 없었다. 이런 빅 찬스들에서 단 번에 상대 숨통을 끊어내지 못하면 선수들은 조급함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차분하게 경기를 풀었다. 점수차를 조금씩 좁히며 오히려 두산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운명의 7회. 4-5로 1점차까지 추격한 후 이어진 무사 1, 2루의 찬스. 오지환이 번트를 시도하다 상대의 압박 수비에 강공 전환을 했으나 좌익수 플라이가 나오며 김이 샐 뻔 했다. 하지만 정성훈이 인내력을 발휘, 볼넷을 얻어내며 다시 분위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믿었던 주장 이진영이 내야 플라이로 물러나고 말았다. 전날 펜스 플레이를 하다 다친 왼 옆구리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2아웃. 약팀이라면 이런 분위기에서 상대를 넘기지 못한다. 하지만 LG는 넘겼다. 그것도 이병규(7번)의 대형 만루포로 확실히 무너뜨렸다. 넓디 넓은 잠실구장 중앙 펜스를 훌쩍 넘겼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 배터리를 압박해낸 결과물이었다. 이병규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공을 맞히는데 급급하지 않고 자신있게 풀스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거침 없는 스윙에 파울 2개가 나와 볼카운트가 불리해졌지만, 이병규의 스윙은 변함이 없었다. 독기가 확실히 서린 스윙이었다.

덕아웃도 투수 운용을 통해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승기를 잡은 7회말 정현욱을 시작으로 유원상, 윤지웅, 이동현을 한꺼번에 투입하며 위기 상황을 1실점으로 막았다. 8회말 칸투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으며 위기를 맞았지만 8회 2사 마무리 봉중근을 조기 투입하는 강수로 위기를 넘겼다. 9회 무사 1, 2루 찬스가 생기자 전 타석 만루포를 터뜨린 이병규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한 양 감독이었다. 그렇게 채은성의 희생플라이로 귀중한 1점을 추가했다. 마무리 봉중근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중요한 점수였다.

전날(17일) 경기에서 상대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고, 선발 싸움(두산 니퍼트-LG 임정우)에서 밀리는 경기였기 때문에 이날 역전승은 LG에 많은 것을 가져다준 경기였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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