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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 김병현, 다음 선발 등판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6-16 07:11


5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프로야구 삼성과 KIA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KIA 김병현이 5회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1/3이닝 투구하며 2안타 1실점을 허용하고 강판당했다.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김병현.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6.05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한때 그는 '핵잠수함'이라고 불렸다.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호령하며 무려 2개의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낀 유일한 한국인 투수, 김병현의 전성기때 별명이다. 하지만 지금의 김병현은 그 당시의 위력을 많이 잃어버렸다. 스스로 "이제는 핵이 다 빠져버렸다"고 할 정도다. 농담이 아니라 솔직한 심경이었다.

지난 4월10일 트레이드를 통해 고향팀 KIA 타이거즈로 돌아온 김병현이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잃어버린 '핵'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선발등판에서 의미있는 호투를 했다. KIA 선동열 감독이 "김병현이 비교적 제 몫을 다 해줬다"고 칭찬을 할 정도다.

김병현은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10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 이은 두 번째 선발 등판. 이 경기는 사실상 김병현의 마지막 선발 시험무대였다. 여기서도 실패하면 김병현이 또 선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낮았다. 또 '5선발'에 구멍이 생긴 KIA도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하지만 김병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화전에서 2⅔이닝 동안 5안타 3볼넷으로 7점(6자책점)이나 허용한 모습과는 또 달랐다. 김병현은 4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지며 6안타 1볼넷으로 3실점했다. 과거 명성에 비할 바도 아니고, 냉정히 말해 '선발투수'로서도 부족한 면이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팀의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꽤 의미있는 활약이다. KIA 선동열 감독도 "김병현이 3실점했지만, 비교적 제 몫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1회와 3, 4회는 꽤 잘 던졌다. 1회는 공 14개 만에 끝냈다. 롯데 1번타자 손아섭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정 훈을 삼진처리한 뒤 히메네스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해 한 꺼번에 선행주자 손아섭까지 잡아냈다.

그러나 2회에는 흔들렸다. 선두타자 최준석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다. 후속 박종윤과 황재균이 각각 중전안타와 좌전안타를 날리며 순식간에 무사 만루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김병현은 문규현을 노련하게 병살타로 유도했다. 3루 주자 최준석이 홈을 밟았지만, 아웃카운트는 2개로 늘어났다. 2회는 이런식으로 쉽게 끝날 듯 했다.

하지만 강민호의 1타점 중전 적시타가 나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이어 9번 임종혁 타석 때 포수 이성우가 파울타구에 맞으면서 포수가 갑작스럽게 차일목으로 바뀌는 일도 생겼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김병현은 임종혁과 손아섭에게 연속 중전안타를 맞아 이날 3점째를 내줬다. 간신히 정 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2회에만 무려 40개의 공을 던졌다.


위기를 겪은 뒤 김병현은 더 단단해졌다. 3회와 4회에는 완전히 안정감을 되찾았다. 똑같이 17개씩의 공만 던져 연속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3㎞까지 나왔고, 슬라이더를 두 번째로 많이 던졌다.

김병현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전체적으로 힘든 경기였다. 아직까지도 제구가 의도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냉철한 평가를 했다. 이어 "다행인 점은 경기 초반보다는 3, 4회 투구내용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팀이 연패중이어서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팀이 5회에 7-3으로 달아난 터라 만약 김병현이 5회까지 던졌다면, 승리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투구수가 88개나 되자 선 감독도 어쩔 수 없이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하지만 김병현은 별로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5회까지 한 이닝 더 던지는 것은 지금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그저 팀이 이겨서 만족한다"면서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 선발 기회를 잘 살린 김병현은 당분간 5선발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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