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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6연패의 사슬을 끊은 두산.
9회말 넥센 마무리 손승락을 무너뜨린 6득점. 그리고 짜릿한 역전승. 11대9로 승리를 거뒀지만, 여전히 너무나 불안했다. 냉정하게 보면 두산은 아직도 부진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다. 객관적인 투수진의 약점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효율적인 용병술로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컨디션이 부진한 선수의 회복과 유망주들의 성장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두산 입장에서는 시즌 전 예상했던 아킬레스건이다.
그런데 또 하나 조심스럽게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두산 송일수 감독의 철저한 '관리형 야구'다.
두산은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한 뒤 새로운 사령탑을 맞았다. 많은 유력 후보 대신, 의외의 인물이 낙점됐다. 당시 2군 지휘봉을 잡고 있던 송일수 감독이었다.
특이한 인물이다. 1970년 일본프로야구에 데뷔한 그는 삼성 백업포수를 거쳐, 일본프로야구 배터리 코치, 라쿠텐 스카우트 등 타 팀 현역감독과는 차원이 다른 야구경험을 했다. 그런데 프로야구 사령탑은 처음이다. 두산이 그를 사령탑으로 선임한 이유는 명확하다. 풍부한 야구경험을 바탕으로 단기전에서 가장 효율적이면서 세밀한 승부수를 던지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서는 필요한 착실한 준비도 계산에 넣었다. 즉, '우승 청부사'로서 그를 데려온 것이었다. 두산의 팀 색깔과도 맞아 떨어지는 카드였다. 능력이 뛰어난 야수들이 즐비한 타선. 그리고 약하지만 조련하기에 따라서, 어떤 상황에 투입하느냐에 따라서 활용폭이 큰 두산의 투수진이 있었다. 게다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를 거치면서 두산 선수들은 의미있는 경험들을 했다.
그는 신임사령탑답지 않은 노련함이 있었다. 일단 기본적인 부분을 철저하게 정립했다. 주전경쟁에서 기준을 명확히 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필승계투조를 선별했고, 결국 투입 순서까지 지정했다. 야수들의 경우 주전과 백업을 명확히 하며 혼란을 피했다.
그리고 시즌에 들어갔다. 시즌 초반 간간이 예리한 용병술이 빛났다. 노경은을 일찍 선발에서 내리고 필승계투조를 투입, 승리로 이끈 경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적재적소의 투수교체, 대타, 대주자 타이밍도 준수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주전들을 중심으로 용병술을 펼치면서 주전들의 잔부상이 발생하면, 예외없이 휴식을 줬다. 백업 멤버를 과감히 기용했다. 그런데 좀 기계적이었다. 3~4게임에 1게임 꼴로 백업들에게 출전기회를 제공했다.
장기 레이스를 대비하고, 주전과 백업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용병술은 당연히 많은 장점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두 차례의 경우가 4월24일 대전 한화전(3루수 최영진 기용 3대9 패배)과 4월27일 마산 NC전(포수 김재환 기용 0대6 패배)이었다. 당시 두산의 투타 밸런스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2연승을 거둔 뒤 24일 한화전에서 총력전을 펼치지 않았다. 2연승을 거둔 뒤 27일 NC전도 마찬가지였다.
즉 연승의 흐름을 잇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주전들의 휴식과 유망주들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기회로 삼았다. 승패를 떠나 이같은 부분의 이득과 손실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산의 상승세를 툭툭 끊어버리는 역할을 했다. 두산 경기력의 기복이 심하다는 점, 그리고 국내야구에서 상위권 간의 전력의 차이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즌 초반 상승세를 최대한 끌고가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노련하긴 하지만 송 감독은 두산 지휘봉을 잡은 첫 해다. 완벽히 선수들을 장악했다고 말하긴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 점을 고려했을 때 준수한 장악력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사령탑이 팀을 완벽히 장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경기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력은 괜찮은데, 응집력이 떨어지거나 그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팀들은 십중팔구 내부적인 문제들이 존재한다.
두산은 지난해 홍성흔을 주장으로 데려오면서 팀내 응집력이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송 감독 입장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팀을 이끌기 위해서는 능력있는 백업 멤버들에게 기회를 최대한 많이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 혹시 있을 지 모르는 팀내 갈등의 불씨를 없애면서, 선수단을 무리없이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송 감독이 시즌 초반 백업 멤버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한 용병술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에서 6연패를 한 두산의 경기내용을 살펴보자. 6월5일 인천 SK전을 제외하곤 선발이 모두 무너졌다. 필승계투조도 너무나 불안했다. 결국 투수진이 붕괴되면서 6연패를 당했다.
선발진이 무너졌기 때문에 벤치가 개입할 여지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연패에 빠지는 경우가 생긴다.
8일 두산은 연패를 탈출할 절호의 기회였다. 두산은 노경은, 넥센은 5선발 김대우였다. 노경은이 계속 부진하지만, 기본적인 선발진의 무게감에서 차이가 났다.
송 감독은 "6연패하는 동안 투수진이 무너진 것은 볼 배합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노경은은 ⅔이닝 동안 7실점하며 무너졌다. 1, 2번 서건창과 이택근을 상대한 뒤 완전히 볼배합이 뒤죽박죽이 됐다. 1B 2S에서 던진 높은 커브를 서건창이 3루타로 연결했고, 1S에서 던진 낮은 패스트볼을 이택근이 제대로 받아졌다. 노경은에게 커브는 투구 밸런스를 맞추고, 타자를 현혹하기 위한 공. 그런데 서건창이 커브를 공략하면서, 이후 타자들에게 커브를 던질 여유를 갖지 못했다. 또 낮은 패스트볼을 이택근이 공략하면서 타자와의 수싸움에 대한 부담감이 가중됐다. 결국 이후 7타자와의 맞대결에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넥센 타자들도 방망이를 쉽게 내지 않았다. 결국 제구력이 흔들리면서, 볼넷이 남발됐고, 주자를 모아둔 상황에서 적시타를 허용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이 경기에서 많은 스타팅 라인업의 변화가 있었다. 우선 주전 양의지 대신 김재환이 마스크를 썼고, 3루수에는 최주환, 2루수에는 2군에서 올라온 고영민을 기용했다. 오재원은 부상으로 뛰기 힘든 상황. 양의지는 잔부상이 있었고, 이원석과 허경민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물론 잠재력이 풍부한 백업포수 김재환에게 충분한 기회를 줘야 한다. 양의지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면서 타격이 강한 김재환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최주환과 고영민 역시 마찬가지다. 송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연패에 빠진 팀에 변화를 주기 위해 그랬다"고 했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기로에 선 시점에서 총력전 대신 그런 변화를 줄 필요성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은 당연히 남는다. 게다가 두산 투수진이 안정감을 되찾은 것은 양의지가 마스크를 쓰고 난 이후부터였다. 특히 6연패를 끊어야 하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많은 노경은의 선발 경기에서 주전 포수를 바꾼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런 용병술 패턴은 위에서 지적했던 두 차례의 상승세를 끊은 '관리형 야구'의 맹점과 궤를 같이한다.
우여곡절 끝에 두산은 6연패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넥센 마무리 손승락의 예상밖 부진 때문에 생긴 의외의 결과. 즉 매우 위험했던 연패탈출이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경기 전 "지난 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승 후 두산에 3연패를 했다. 2연승 과정에서 우리 야구를 하지 못했다. 두산의 실수로 이긴 경기였는데, 결국 그 여파가 3연패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날 두산의 극적인 6연패 탈출과 맥락을 같이 하는 얘기. 물론 철저한 송 감독의 '관리형 야구'를 6월 초순에 평가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승부를 걸어야 할 8월 이후 어떤 순작용이 일어날 진 모른다. 하지만 두산 입장에서 두려운 것은 승부를 걸어야 할 기회조차 없어질 지 모른다는 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