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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MVP는 타자가 강세다. 32년 중 타자가 20차례, 투수가 12차례 MVP를 가져갔다. 타자 MVP의 특징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홈런왕'이다.
역대 타자 MVP 중 홈런왕이 아닌 선수는 단 2명에 불과했다. 1987년 장효조가 수위타자(타격 1위) 타이틀만 갖고 처음 MVP에 오른 데 이어 1994년 이종범이 수위타자와 최다안타, 도루 1위로 MVP를 수상한 게 전부다. 2011년 윤석민(현 볼티모어 오리올스) 이후로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2년간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는데 모두 홈런왕이 발판이 됐다.
이런 박병호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NC 다이노스의 프로 3년차 외야수 나성범이다. 타자 전향한 지 3년, 그리고 1군 무대에서 뛴 지 2년차에 불과하지만 박병호만큼이나 놀라운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다.
나성범은 7일까지 공격 전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타점 1위(53개)를 시작으로, 타율 2위(3할8푼), 홈런 4위(16개), 최다안타 2위(82개), 장타율 2위(6할9푼4리)를 달리고 있다. 타율과 최다안타 등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게 장점이다. 박병호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물론 홈런 1위만한 임팩트 면에서는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단독 2위를 질주중인 2년차 프로팀 NC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고, 과거 수많은 대형타자들의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는 면에선 신선하기만 하다. 공헌도 면에선 특히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현재로선 박병호의 MVP 유일한 대항마라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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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로야구에 이 정도 스타가 탄생했다는 점은 반갑기만 하다. 나성범은 스타성을 두루 갖췄다. 팀의 중심타자로서 해결사 능력은 물론, 한 방까지 갖췄다. 몰아치기에도 능하다. 휴식기 이전 넥센과의 주중 3연전에서 14타수 10안타 3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괴력을 자랑했다. 준수한 외모에 건실한 체격(1m83, 100㎏)은 덤이다.
성실성이나 정신적인 자세 면에서도 훌륭하다. 기본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을 비롯해 타격 훈련량도 엄청나다. 끊임없이 자신의 타격에 대해 연구하고, 조금이라도 좋은 점을 찾으려 하는 모습은 여느 베테랑 못지 않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지만, 올시즌 바꾼 타격폼이 완전히 자리잡으면서 '괴물 타자'가 됐다.
아직 MVP를 거론하기엔 이를 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할 만한 수준은 됐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이다.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나성범의 대표팀 승선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 역시 병역 혜택이 달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꾸준히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입단 직후, 모두가 나성범을 두고 '괴물 신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진짜 괴물이 됐다. 140㎞대 후반을 뿌리던 좌완 파이어볼러에서 호타준족형 타자로 변신한 나성범, 이젠 미래의 MVP급 타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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