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의 독한 야구? 현실은 갈팡질팡 야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5-30 07:20



"우리 선수들 능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점점 안정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LG 트윈스가 양상문 신임 감독 체제로 4번의 3연전을 치렀다. 그 결과는 6승6패. 양 감독은 만족스러워하는 눈치다. 시즌 초반 너무 처참한 성적을 거둬 좋은 성적을 거둔 것처럼 있겠지만, 새 감독 부임 효과라고 하기에는 승수가 많이 부족하다. 양 감독은 부임 당시 "무조건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 독한 야구를 하겠다"고 야심차게 선언했다. 정말 LG 야구가 독해졌을까. 도망가는 찬스에서 4번타자에게 희생번트를 시킨 것, 마무리 투수를 승부처에 조기 투입하는 것만으로 독한 야구가 설명이 될 수 있을까.

선수단 파악 끝났다는데...선수들은 혼란의 연속

보통 전력, 분위기가 안정된 팀들은 선발 라인업 변화의 폭이 적다. 주전으로 나서는 선수들이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꾸준하게 경기를 치러야 전력이 다져진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한 백업 선수들의 노력이 팀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런데 양 감독 체제의 LG는 혼란의 연속이다. 매일같이 타순이 바뀌고 선수들의 포지션이 바뀐다. 박용택-오지환 테이블세터 정도가 그나마 고정이다. 상대 팀, 상대 선발, 선수들의 컨디션을 종합해 라인업을 짠다지만 매일 바뀌는 자리에 선수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는 민감한 스포츠다. 한 구단 선수는 "프로선수가 이 포지션, 저 포지션을 옮기고 매일 다른 타순에서 경기를 하면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데 힘들어진다"고 한다. 민감한 스포츠다. 어느정도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출근을 하며 '오늘은 경기에 나갈까, 어느 포지션일까, 어떤 타순일까'를 걱정해야 한다. 전력 분석 기술이 엄청나게 향상된 이 시대에 이 방법이 좋다면 상위권 팀들도 비슷하게 선수단 운용을 해야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이런 팀은 없다.

감독이 온지 얼마되지 않아 선수들을 파악하고 시험해보려는 의도라면 오히려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양 감독은 "선수단 파악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독하게 이기려는 것도 아니고, 리빌딩도 아니고 갈팡질팡

양 감독은 삼성과의 3연전에 신예 채은성을 1군에 등록시켜 재미를 봤다. 타격에서 확실한 재능을 가진 선수였다. 채은성 외에도 백창수가 꾸준한 기회를 얻었고 이병규(7번)과 정의윤은 중심 타선에 주로 배치됐다. 그 사이 이병규(9번)는 2군에 갔고, 주장 이진영은 덕아웃을 지켰다.


양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리빌딩의 과정인가"라고 묻자 "리빌딩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한다. 프로팀으로서 이기는게 먼저고, 리빌딩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험이 부족한 신예 선수들이지만 자신이 봤을 때는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꼭 필요한 선수 구성이라는 뜻이었다. 29일 경기 채은성이 주전 우익수로 나섰다. 2군에서 주로 내야를 봤다. 27, 28일 경기가 끝나고 외야 펑고 훈련을 급하게 받았다. 아무래도 수비에서 서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필승 라인업이라고 강조한다. 상대는 성적이 어찌됐든, 무게감 있는 선수들 앞에서 긴장한다.

28일 기준, 타율 3할7푼으로 이 부문 5위에 자리한 이진영이 계속해서 라인업에서 빠졌다. 27일 3연전 첫 경기에서는 이진영이 가벼운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 휴식 후 충분히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을 만들었는데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29일 경기 7회 대타로 나서 두 타석을 소화했다. 양 감독은 이에 대해 "선수가 몸이 좋지 않다고 해 뺐다. 트레이너팀의 보고를 받고 결정했다"고 했다. 양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이 지난해 무리를 해 후유증이 온 것 같다. 체력적으로 풀타임을 소화할 수 없다"고 했다. 베테랑들의 체력 탓만을 하며 라인업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경험 많은 선수들은 시즌을 알아서 풀어갈줄 아는 경험이 있다. 또, 재밌는 건 베테랑 체력 걱정을 한다며 박용택은 1번-중견수로 줄곧 출전을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문제가 있어 출전을 시키지 않는다면 모를까, 체력 문제를 거론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다.

시즌 운영 노선, 확실하게 결정해야

리빌딩을 하든, 이기는 야구를 하든 그것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자신이 이끄는 팀이기에 하고 싶은대로 팀을 운용하면 된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납득을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양 감독은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지금 힘을 비축해야 후반기 승부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소리다. 29일 삼성전 패배 후 LG와 4위 넥센의 승차는 8경기 이상이다. 1달에 3경기차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상위 4팀의 전력이 막강하다. 지금 따라가지 못하면 후반기 승부수고 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결국, 지금 순간 독하게 야구를 해 승수를 쌓고 중위권 추격을 해야하는데, 그럴려면 끌어모을 수 있는 전력을 최대한 모아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여유있게 이 선수, 저 선수 휴식을 주며 팀을 꾸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면, 확실히 내년 시즌을 보고 선수단 운용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 많은 젊은 선수들에게, 더 큰 기회를 주며 경험을 쌓게 하면 된다. 이 경우 성적은 포기해야 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LG 구단 특성상 후자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확률은 0%다. 당장 이번 시즌 성적으로도 향후 양 감독에게 압박이 들어갈게 뻔하다. 결국 이겨야 한다.

결국, 부임 후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한데 당장 승리까지 거둬야하니 이것저것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독한 야구를 주창했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갈팡질팡 야구가 되는 모양새다. 5할 승률에 만족해하고 있는 사이, 혼란에 빠진 선수단에는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팀이 유지돼온 기본 틀을 무너뜨리지 않으며, 자기 색깔을 가미해야 양 감독이 항상 얘기하는 강한 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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