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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너무 잘 하고 있어, 4번 타자는 넘보지 않는 게 좋겠다."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좌익수 위치에 들어가기도 했고, 좌익수로 나섰다가 1루수로 이동한 적도 있다. 또 1~3번 타자에서 7~9번 타자까지 다양한 타순에서 상황에 맞는 역할을 매끄럽게 수행했다. 포지션별로 선수의 기능이 분화되고 특화된 프로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Utility Player), 만능 선수는 주전 선수가 빠졌을 때 다양한 포지션에서 백업 역할이 가능한 선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비니 로티노(34)를 보면 이런 편견이 사라진다.
그는 시즌 초 극심한 타격 부진 때문에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적이 있다. 8번 타자로 출전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2군 강등 직전까지 갔던 선수다. 사실 개막을 앞두고 로티노를 높게 평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다른 팀 외국인 타자에 비해 메이저리그 경력이 떨어지고,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는 주로 2군에 머물렀다. 크게 내세울 게 없었다. 하지만 로티노는 포수 선발 출전을 전후해 타격페이스를 끌어올려 타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7일 현재 타율 3할4푼, 1홈런, 11타점. 장타력보다 컨택트 능력이 뛰어난 타자다.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하고, 착실하게 제 몫을 하고 있다.
로티노를 7일 오후 1시 서울 목동구장 홈팀 귀빈실에서 로티노를 만났다. '4번 타자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농담을 하자 로티노는 "박병호가 있어 어려울 것 같다"며 씩 웃었다. 그에게 '히어로즈(Heroes)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을 때, 팀명이 인상적이지 않았나'고 했더니 "타이거즈, 라이온즈같은 이름이 흔한데, 미국에서 히어로즈라는 이름의 팀은 못 본 것 같다. 독특하면서 상당히 좋은 팀명인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로티노 또한 이제 히어로즈 구단의 '영웅'으로 자리를 잡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우리는 만날 때마다 싸움이 일어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나.(KIA 브렛 필)
(질문이 재미있다는 듯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지난 번 KIA전 벤치클리어링 때 브렛 필부터 찾았다. (크게 웃으며)농담이다. 우리가 함께 있으면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는 것 같다. 마이너리그 시절인 지난 2011년 필의 소속팀과 경기 때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2011년 포수였던 로티노가 필이 사인을 훔친다며 항의해 언쟁이 벌어졌고,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지난 4월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KIA전 때도 빈볼 시비로 벤치클리어링이 있었다) 그 때 이후 3년 만에 한국에서 브렛 필을 다시 만났다. 물론, 그때 감정은 남아있지 않다. 그는 착하고 괜찮은 친구다.
-지난 번에 헛스윙을 한 후 '포크볼'이냐고 물어봤는데, "I don't know"라고 대답했다. 그 때 왜 안 알려준 건가.(롯데 정 훈)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내가 포수 위치에 있는 건 상대 타자를 잡기 위해서다. 어떻게 해서든지 출루를 막아야 하는 게 내 일이다. 타자가 물어본다고 무슨 공인지 알려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한 경기에 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경험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NC 김태군)
아니다. 그 때 투수로도 등판했다. 9개 포지션에 모두 출전했다. 풀타임 첫 해였던 2004년 밀워키 브루어스 산하 싱글 A팀 시절이었다. 시즌 마지막 경기였는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해 승패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팀에서 재미있게 해보자는 차원에서 전 포지션에 뛰게 했다. 이 경기 전에 각 포지션에 출전한 경험이 있어 별로 문제 될 게 없었다.
-포수는 상대 타자 분석, 수비포메이션 등 경기 전에 숙지해야 할 게 많다. 사인이나 볼배합은 직접 했나.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고 혹시 배터리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국내 선수가 있나. 넥센 선수와 다른 팀 선수를 한 명씩 꼽아달라(SK 정상호)
(손가락을 꼽아보이며)한꺼번에 너무 많은 질문을 한다.(웃음) 경기 전에 상대 타자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 배터리 코치, 투수 코치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볼배합 사인은 내가 주로 냈다. 투수가 누구든지 공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되면 포수를 출전하고 싶다. 우리 팀의 모든 투수 공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실 다른 팀 투수는 잘 몰라서 지금으로선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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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코치와 준비를 많이 했다. 특히 오른손 타자의 몸쪽 공을 받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스타일에 차이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배터리 코치가 미트를 몸 안쪽에 두고 공을 잡으라고 강조하는데, 이게 한국 스타일인 것 같다.
-외야수를 보면서 포수까지 잘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궁금하다.(NC 권희동)
오랫동안 포수를 했기 때문에 외야수를 하다가 포수를 보는 게 전혀 낯설지 않다. 내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장난스런 얼굴로)고등학교 이후 포수를 안 해봤으면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다. 꼭 낭심보호대를 착용하라. 하하.(권희동은 고등학교 2학년까지 포수로도 뛰었다. 1군 엔트리에 올라와 있는 포수가 모두 빠지는 비상 상황이 벌어질 경우 포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다)
-타자의 관점에서 대답해달라. 한국 투수와 미국 투수의 스타일상 차이점이 무엇인가. 당신의 조언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LG 티포드)
스타일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비슷한 점이 많다. (갑자기 농담 모드로 전환해)티포드에게 이 말을 꼭 전해달라. 나는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직구를 제일 싫어한다고.(로티노는 경기에 관한 질문에 신중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비교적 짧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수시로 농담을 섞어가며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했다)
-외국인 선수답지 않게 매순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투수와 한국 투수를 모두 상대해 봤는데, 차이점이 있나.(롯데 손아섭)
항상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면을 잘 봐줘서 고맙다. 투구폼에 확실히 차이가 있다. 대다수의 일본 투수들이 낮은 자세에서 팔을 끌고 나와 공을 던진다. 반면, 한국 투수들은 위에서 아래로 공을 찍어 내리면서 던진다. 한국과 미국 투수는 스타일이 비슷하다.
-가장 자신 있는 수비 위치는 어디인가.(넥센 이택근, KIA 신종길, 두산 정재훈)
포수를 보는 게 재미있지만, 사실 최근 2년간 포수로 자주 출전하지 못 했다. 최근 3~4년간 주로 외야 수비를 해왔기 때문에 외야수가 가장 편하고 자신이 있다. 좌익수로 출전해 홈에 쇄도하는 주자를 잡은 적이 있는데, 기분이 좋았다. 투수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좋다. 이런 플레이가 야구장에서 내가 보여줘야할 일이다. 한국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베이스러닝을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못 하는 게 없는 로티노다"라고 말한다. 도대체 못 하는 게 무엇인가.^^;(넥센 허도환)
(잠시 뜸을 들이다가)춤을 잘 못 춘다.(웃음) 얼마나 야구를 잘 하는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발전하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이전보다 좀 더 발전하고 싶다. 그래서 매일 더 잘 할려고 노력하고 도전하는 자세로 야구를 한다. 항상 이런 마음을 갖고 경기장에 들어간다.(염경엽 감독은 시즌 개막 후에도 로티노를 포수로 쓸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포수로 출전할 수는 있지만 선발로 내보낼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주전 포수인 허도환이 허리통증으로 출전이 어려워지고, 백업 포수 박동원이 부진하면서 로티노의 포수 선발출전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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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이 높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한국야구의 수준이 높다. 특히 관중석에서 나오는 에너지, 노래, 응원이 놀랍다. 팬들이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느껴진다. 우리 팀의 홈인 목동구장 열기도 뜨겁고, 광주 KIA 팬들의 열정적인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다른 외국인 타자에 비해 경력이 화려하지 않은데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적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SK 조동화, 두산 유희관)
지난해 일본에서 뛴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지난 시즌에는 초반에 잘 하다가 페이스가 떨어졌다. 그 때는 빨리 안타를 때려야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갖고서는 안타를 치기 어렵다는 걸 느꼈다. 올 해는 지난해처럼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올 해도 출발이 늦었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은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포수로 나설 때 마침 타격감이 좋았다. 타석에 자주 나가면서 타격 타이밍이 잘 맞아갔다. 여러가지 요인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예전에 기내에서 우연히 만난적 있는데, 어떤 느낌이었나.^^(롯데 황재균)
왜 경기장에서 인사를 안 했나. 야구장에서 아는 척을 안 해 기억 못 하는 줄 알았다. (장난기어린 어투로)잘 생겼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건가. 남자에게 잘 생겼다는 말은 하는 건 아닌 것 같다.(웃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게 선천적인 능력인가, 아니면 남이 모르는 노력이 있었나.(두산 홍성흔)
연습을 참 많이 했다. 사실 프로팀에 입단하기 전까지 포수를 해 본 적이 없다. 팀에서 포수를 해 보라고 해서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됐다. 공을 던지는 폼이 포수랑 비슷했고, 어렸을 때부터 어깨가 강해 권유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