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네스 연타석 홈런쇼, 부산팬들 발길 돌렸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4-05-06 18:04


6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무사 2루서 롯데 히메네스가 우중월 2점 홈런을 쳐내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5.06.

6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무사 1루서 롯데 히메네스가 좌중월 2점 홈런을 쳐 내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5.06.

부산 야구팬들이 드디어 움직였다. 6일 롯데-두산전이 벌어진 부산 사직구장에 빈 자리가 없었다. 2014시즌 처음으로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히메네스의 홈런쇼가 부산팬들의 발길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히메네스는 홈런 두방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화답했다.

롯데 자이언츠 4번 타자 히메네스(32)가 연타석 홈런을 쳤다. 시즌 7~8호. 히메네스는 2회 두산 구원 변진수로부터 투런 홈런을 쳤다. 그리고 3회 세번째 타석에서 두산 세번째 투수 허준혁의 공을 밀어쳐 사직 구장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다시 투런. 밀어쳐 홈런은 처음이다.

6일 롯데 홈인 사직구장에 관중 2만7500명이 찾았다. 경기 시작(오후 2시) 이후 2시간 3분만인 오후 4시3분에 경기장이 가득찼다. 지난해 6월 26일 롯데 출신 강타자 호세(선수 은퇴)가 친정을 방문했던 사직 NC전 만원 관중 이후 처음이다. 지난 시즌 롯데 사직구장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원이었다.

부산팬들은 2013시즌 단단히 화가 났었다. 롯데 간판 이대호(일본 소프트뱅크) 홍성흔(두산) 김주찬(KIA)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홈런을 칠 거포가 없었다. 팀 홈런이 61개로 뚝 떨어졌다. 팀 컬러가 공격 야구에서 지키는 야구로 바뀌었다. 팬들은 사직구장을 외면했다. 2012년 130만명 이상을 동원했던 관중수가 지난해 44%나 줄어 80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

히메네스는 현재 롯데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2014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그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지난 3월 중순 시범경기 기간, 팀 훈련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들지도 못했다. 약 10일 늦게 1군에 합류한 그는 약 한 달 만에 롯데의 중심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처음에 5번 타자로 시작해 지금은 타격감이 안 좋은 최준석을 대신해 4번 타순에 들어가고 있다.


6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많은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5.06.
그는 타격 다수의 분야에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5일까지 출루율(0.495) 1위, 타율(0.395) 장타율(0.697) 2위, 타점(22점) 공동 3위, 홈런(6개) 공동 4위에 랭크돼 있다.

히메네스의 타격은 꾸준한 맛이 있다. 6일까지 1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멀티히트만 12경기, 득점권 타율이 무려 4할3푼5리.

전문가들은 히메네스는 장타력과 정교함을 함께 갖춘 선수라고 평가한다. 체중이 130㎏에 육박하는 거구로 배팅 스피드가 벼락같이 빠르다. 초반 대부분의 타구가 끌어당기면서 우측으로 나가자 상대팀들은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위치를 움직이는 것)를 했다. 2루수가 한참 뒤로 물러나 2루수와 우익수 중간쯤까지 갔다. 유격수가 2루쪽에 거의 붙었다.


히메네스는 영리하게 이때부터 바깥쪽 공을 의도적으로 밀어쳤다. 3루수와 유격수 사이가 넓어져 쉽게 안타가 됐다. 그러자 상대가 시프트를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걸로 바꿨다.

전문가들은 히메네스가 앞으로 1달 동안 어떻게 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히메네스가 상대하는 투수들을 알아가는 것 이상으로 상대팀도 히메네스의 타격을 현미경 처럼 분석한다.

그는 지금까지 우완 투수와 언더핸드스로 투수를 상대로 7홈런을 쳤다. 언더핸드스로 상대로 타율이 무려 6할6푼7리, 3홈런, 우완 투수로는 타율 4할2푼9리, 4홈런을 기록했다. 반면 좌완 투수를 상대해선 타율 2할8푼6리, 아직 홈런이 없다.

히메네스는 좌완 투수에게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좌타자인 히메네스에게 좌완이 던지는 바깥쪽 공은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코스를 상대 투수들이 파고든다. 변화구로 헷갈리게 만들고, 직구로 카운트를 잡는다. 몸쪽에 어정쩡한 공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직구는 벼락같이 반응한다.

히메네스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주고 있다. 롯데에 새 4번 타자가 완성돼 가고 있다. 이대호의 후계자가 히메네스인 셈이다. 롯데는 이대호가 떠난 이후 제대로 된 4번 타자를 찾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히메네스가 지금 처럼 홈런쇼를 펼친다면 사직구장 만원 관중은 더 자주 있을 것이다. 히메네스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롯데 팀 홈런도 30개가 됐다. 벌써 지난 시즌 홈런에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히메네스와 홈런이 부산팬들을 다시 흥분시키고 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