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조계현 수석, 임정우 호투가 더욱 반가운 이유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5-01 08:03



"정우야, 너도 이렇게 잘 던질 때가 됐다."

경기에는 졌지만, 좋은 투수를 발견했다. LG의 4년차 우완투수 임정우(23)는 29일 창원 NC전에서 선발 임지섭이 3회 2사 후 강판되자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끝까지 책임졌다. 5⅓이닝 동안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1점차 아슬아슬한 승부를 끝까지 끌고 가게 만든 주역이었다.

팀이 패배하면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만약 경기가 뒤집혔다면 임정우가 최고의 수훈갑이 될 수 있었다. NC 타선에 3안타 1볼넷 1사구만 허용하고 탈삼진 5개를 잡으며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유독 임정우의 호투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이가 있었다. 바로 LG의 감독대행 역할을 하고 있는 조계현 수석코치다. 조 수석은 30일 경기에 앞서 임정우에 관한 일화를 소개하며 뿌듯해 했다.

사실 임정우는 데뷔 때부터 LG에 몸담았던 게 아니다. 서울고를 졸업한 지난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26순위로 SK에 지명됐다. 서울고의 우완 에이스로 주목을 받았지만, 고교 시절 잠시 부진하면서 지명순위가 다소 밀렸다.

하지만 SK는 임정우를 미래의 선발감으로 점찍고, 2군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FA 조인성의 보상선수로 임정우를 LG에 뺏기고 말았다. 당시 SK는 두터운 선수층으로 인해 유망주를 보호하기 힘들었고, 결국 임정우가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지고 말았다.

임정우를 지명한 날은 시즌 종료 후 야구인 골프대회가 열렸을 때였다. 각 구단 코칭스태프가 한 데 모이는 자리. 2군 사령탑을 역임했던 SK 이만수 감독은 LG 코칭스태프와 만나 "어떻게 알고 정우를 찍었냐"며 아쉬워했다.


2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KIA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LG 조계현 감독대행이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4.26.
조 수석은 임정우를 지명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솔직히 고르기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임정우가 딱 보이더라. 사실 KIA전에서 1⅔이닝 무실점한 걸 본 게 전부였다. 그때 기억을 떠올려 임정우를 감독님께 추천했다"고 했다.


조 수석이 회상한 경기는 2011년 10월 4일 광주 KIA-SK전이었다. 당시 임정우는 중간계투로 나와 1⅔이닝 동안 안타 없이 볼넷 한 개만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조 수석은 당시 경기를 잊지 않고 있었고, 임정우를 콕 집었다.

당시 다른 야수들도 있었기에 김 감독을 설득해야 했다. 임정우는 1군에서 보여준 게 없는 신인이었다. 데뷔 첫 해 1군 4경기에 등판해 5⅔이닝 무실점하며 1세이브를 기록한 게 전부였다. 실점 없이 잘 던졌지만, 워낙 나온 경기가 적었다. 조 수석은 "그래도 내가 투수 출신 아닌가. 믿어 달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126승을 올리며 '싸움닭', '팔색조'로 불린 명투수 출신의 촉이었다. 임정우를 지명한 주인공이기에 그의 활약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조 수석은 "던지는 걸 보는데 밸런스가 좋더라. 서있는 자세도 좋았다. 자세에서도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울 줄 아는 지 보인다. 정우한테는 그런 게 보이더라"고 했다.

조 수석은 취재진과 대화 도중 임정우를 불렀다. 그는 "너 이제 이렇게 던질 때 됐다. 4년차면 그럴 때가 됐다.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데 등산을 하려면 쭉 올라가는 게 좋다"며 임정우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임정우는 시즌 개막을 2군에서 맞이했다. 더욱더 이를 악물게 하는 계기가 됐다. 조 수석은 "2군에서 눈에 불을 키고 한다고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더 놔두라고 했다"며 미소지었다.

흐뭇한 미소였다. 이젠 임정우에게 다시 선발 기회가 갈 것 같다. 조 수석은 "선발로 만들기 위해 데려왔다. 어제처럼 던지면 롱릴리프로 갈 이유가 없다. 선발로 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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