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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잡을 것이냐, 아니면 타자주자의 진루를 막을 것이냐.
외야 수비의 중요성은 크다. 내야수에 비해 실책 개수가 적어 오히려 영향을 덜 미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쪽은 외야다. 내야에 비해 외야는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는 실수들이 많다.
1-1 동점이던 5회말, NC는 역전 찬스를 잡았다. 선두타자 손시헌이 우전안타로 출루했고, 허 준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박민우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주자는 여전히 득점권에 있었다.
타석엔 1번타자 이종욱, 앞선 두 타석에서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이종욱의 방망이는 살아 있었다. 좌완 앨버스의 볼카운트 2B1S에서 들어온 4구째 높은 변화구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깔끔한 우전안타였다. 2루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손시헌은 타격음이 들림과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다. 한화 우익수 정현석이 타구를 잡았을 땐 이미 3루를 돈 상황. 정현석이 홈으로 재빠르게 송구했지만, 손시헌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이후 상황이 더 큰 문제였다. 이종욱은 정현석의 홈 송구와 동시에 2루로 내달렸다. 이미 1루로 전력질주하며 정현석의 송구 방향을 포착한 이종욱은 1루를 돌아 2루로 향했다. 한화 포수 김민수가 급하게 2루로 송구했으나 세이프.
사실 2-1로 역전된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장면에선 이종욱을 2루로 보내면 안 됐다. 정현석의 순간적인 판단이 아쉬웠다. 사실 이미 3루를 돈 손시헌은 홈에서 잡기 힘들었다. 1루수 김태균은 타구가 외야로 향하자마자 커트맨의 위치로 이동했다. 정석적인 플레이. 하지만 정현석의 송구 방향은 김태균이 아닌 포수 김민수였다.
정현석의 어깨는 강했다. 하지만 순간적인 판단, 그리고 이종욱에 대한 관찰력이 부족했다. 결과론적이지만 이종욱이 1루를 지나는 게 아니라 2루 방향으로 돌 낌새를 알아챘다면, 홈으로 송구하면 안 됐다. 김태균이 커트할 수 있게 송구해줬다면, 이종욱은 2루에서 아웃됐을 것이다.
양팀 선발인 한화 앨버스와 NC 웨버 모두 나름 호투하고 있었다. 경기 양상도 팽팽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주자가 1루에 있는 것과 2루에 있는 건 천지 차이다. 아무리 투아웃이라도, 안타 하나면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악조건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김응용 감독은 이 수비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듯, 그라운드를 가리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나 야구는 묘했다. 정현석의 미세한 실수 뒤, 김종호의 좌전 적시타가 이어져 이종욱이 홈을 밟았다. 한화 입장에서 5회까지 1-2였다면, 경기 막판 승부를 걸어볼 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5회 1-3으로 벌어지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결국 6회 유격수 송광민의 실책이 빌미가 돼 3실점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미세한 수비가 승부를 갈랐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