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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은 라인업을 자주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실험이 계속 되고 있다. 그 와중에 좀처럼 보기 힘든 '지그재그 라인업'이 나왔다.
이종욱의 3번 배치는 올시즌 NC 라인업의 핵심이었다. 김 감독은 빠른 타자 3명을 연달아 배치해 '발야구'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 했다. 박민우가 새로 1번타자로 나섰고, 지난해 도루왕 김종호가 2번에 배치됐다.
문제는 1~3번타자가 모두 왼손타자라는 것이다. 4번 이호준을 제외하면, 5,6번으로 나선 테임즈 나성범도 좌타자였다. 왼손 편중현상이 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는 연달아 좌완투수를 선발로 등판시켰다. NC는 KIA와의 개막 3연전에서 모두 왼손투수를 만났고, 넥센과의 홈 개막 3연전에서도 2경기에서 좌완을 상대했다.
그런데 정작 김 감독이 꺼내든 라인업은 정반대였다. 그동안 상대 선발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이날은 좌-우-좌-우가 반복되는 '지그재그 라인업'이었다.
이는 일부 사령탐들이 선호하는 라인업이기도 하다. 선발은 물론, 승부처에서 기용되는 원포인트 중간계투들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상대팀 입장에선 불펜 운용이 쉽지 않다.
평소 "좌타자가 왼손투수에 약해선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김 감독이기에 의외의 용병술이었다. 하지만 이 라인업이 탄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경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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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권희동이 좌익수로 나서게 되면서 1번타자감이 사라졌다. 김종호와 오정복이 모두 나설 수 없게 됐다. 넥센과의 3연전에서 매경기 안타를 기록한 지석훈이 주전 2루수로 기용돼 박민우도 벤치를 지켰다.
이종욱은 6일 경기에서 부진을 떨쳐내는 끝내기 2루타를 날렸다. 김 감독은 이종욱을 어느 타순에 갖다 놔도 활약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날은 모처럼 1번타자로 나섰다. 지난해에도 2번타자로 자주 나섰던 모창민이 이종욱과 짝을 이뤘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은 나성범은 이미 6일부터 3번타자로 올라왔다. 결국 권희동을 기용하면서 지그재그 라인업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김 감독은 "그동안 민우에게 기회를 주다 넥센전에서는 친정팀 상대로 나서는 석훈이에게 동기부여를 해줬다. 나가니 수비든 타격이든 자기 할 일을 해주지 않나"며 "종호가 왼손한테 약해서 정복이가 나갔더니 또 잘 했다. 나가서 잘 하는데 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점이 이 부분이다. 지난해엔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컸다. 하지만 이젠 한 자리를 두고 2~3명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백업층이 두터워졌다.
김 감독은 "그렇게 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벤치멤버인) 조영훈도 6일 경기에서 9회말 볼넷을 골라내지 않나. 오랜만에 나갔는데도 풀카운트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더라. 앞으로 7~9회 승부처에서 팀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주전 1루수였던 조영훈은 외국인타자 테임즈에 밀려 백업멤버가 됐다. 하지만 6일 대수비로 투입돼 9회말 귀중한 볼넷을 골라 이종욱의 끝내기 2루타의 발판을 놨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주전은 걱정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는데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그런 선수들이 더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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