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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타격에는 슬럼프가 있어도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고 한다. 빠른 발을 앞세운 기동력. 명가 재건을 노리는 KIA 타이거즈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무기라고 할만 하다.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이용규를 잡지 못한 KIA는 이대형을 영입했다. 발이 빠른 기존의 야수 김주찬 신종길 김선빈에 이대형이 가세한 것이다. 타이거즈 기동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광주일고 동기생인 신종길과 이대형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둘이서 100도루가 목표"라고 했다. KIA는 다른 팀에 비해 장타력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장점인 동력을 살려 공격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KIA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정규시즌 개막 2연전에서 세 차례 도루를 시도해 모두 실패했다. 신종길과 이대형이 뛰었지만 모두 잡혔다. KIA는 개막 2연전에서 도루를 기록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더구나 이대형은 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 전까지 도루 없이 도루자만 3개 기록했다. LG 트윈스 소속이던 지난해 경기 출전이 줄면서 도루 감각이 무뎌졌다는 말이 나왔다. 또 팀 이적후 존재감을 보여줘야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KIA가 그대했던 그림이 아니었다.
그런데 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벌어진 넥센전에서 KIA가 원했던 바로 그 모습이 나왔다.
4-2로 앞서다가 3회말 2점을 내주고 4-4 동점.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KIA의 기동력이 빛을 발했다. 선두타자 김선빈이 우전타로 나갔고, 이대형이 중전안타를 때렸다. 무사 1,3루에서 김주찬이 좌전 적시타를 터트려 5-4 리드. 이어진 이범호 타석 때 1루 주자 김주찬이 2루로 스타트를 끊었고, 히어로즈 포수 박동원이 급히 2루로 송구했으나 세이프. 이 사이에 3루 주자 이대형이 총알처럼 튀어나가 홈을 밟았다. 히어로즈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시즌 1호 더블 스틸. 히어로즈 포수 박동원과 2루수 서건창 모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넋을 잃었다. 김주찬은 이어 나지완의 좌전안타 때 2루에서 홈까지 파고들었다. 빠른 발의 위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타선의 집중력과 기동력으로 그라운드를 뒤흔든 KIA는 상대 마운드를 단숨에 무너트렸다. 이어진 찬스에서 안치홍의 2타점 적시타, 차일목의 만루홈런을 앞세워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KIA로선 타선 폭발도 고무적이지만 기동력의 위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게임이었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