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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창간특집]타자가 뽑은 구종별 최강 달인은 누구?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4-03-20 06:45


오승환의 돌직구나 류현진의 명품 체인지업, 윤석민의 고속 슬라이더. 모두가 엄지를 치켜들었던 명품이지만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볼 수 없다. 이제 새로운 최강자를 찾을 때다. 구종별 최강자는 누구일까. 투수들의 공을 직접 쳐봤던 타자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스포츠조선이 창간 24주년을 맞아 9개구단 타자 50명을 대상으로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포크), 싱커 등 5개 구종을 대상으로 최고의 투수를 꼽아달라고 했다. 각자가 치기 힘든 공이라며 고심끝에 뽑은 인물들은 누구일까.

직구=김광현

직구에 대해선 타자들마다 생각이 많이 달랐다. 타자들이 입에서 무려 20명이나 되는 투수들의 이름이 불렸다. 그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투수는 SK 좌완 김광현. 총 51표(NC 김태군 복수응답) 중 8표를 얻었다. 팀 동료인 김강민 김상현 최 정을 포함해 문선재 손주인(이상 LG) 장성호 등이 최고의 직구로 김광현을 꼽았다. 종속이 좋아 공에 힘이 있다는 것이 김광현의 직구를 최고로 꼽은 이유. 다른 투수들에게선 보기 힘든 다이내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150㎞대의 강속구는 김광현의 트레이드 마크다. 어깨부상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기나긴 재활 끝에 지난해 3년만에 100이닝을 돌파하며 건강한 김광현으로 돌아왔다. 롯데 베테랑 장성호는 "김광현의 직구가 전성기 때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며 직구의 위력을 인정. 올시즌 SK의 에이스로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삼성의 외국인 투수 밴덴헐크가 7표로 2위에 올랐다. 최다안타왕인 손아섭(롯데)을 비롯해 조영훈(NC) 이원석 정수빈 민병헌(이상 두산) 등이 밴덴헐크의 직구를 최고라고 했다. 조영훈은 "밴덴헐크의 직구는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아 더욱 위력적"이라고 했다. 특히 두산 타자 3명이 꼽은 것이 이채롭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서 밴덴헐크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며 아쉽게 우승에 실패했었다. 일본으로 떠난 오승환을 꼽은 선수도 5명이나 됐다. 이범호 김주형(이상 KIA) 조성환(롯데) 등은 "올해 한국에 없지만"이라면서도 "직구는 정말 최고다"라고 했다.

시범경기서 강속구로 주목을 받은 넥센 조상우도 3명의 지지를 받았다. SK 조동화는 "힘이 좋다"고 했고, NC 이호준은 "개인적으로 치기 힘든 공"이라며 조상우의 직구를 최고로 꼽았다. 구원투수 중에선 세이브왕 손승락(넥센)과 삼성의 새 마무리 안지만이 나란히 3표씩 얻었다.

슬라이더=김광현

김광현이 슬라이더까지 챔피언이 돼 2관왕에 올랐다. 김광현의 주무기가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인데 그 2개가 모두 최고로 인정받았다.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볼티모어 윤석민의 것처럼 빠르게 오면서 휘어진다. 150㎞를 넘나드는 직구와 함께 역시 빠른 슬라이더로 직구타이밍에 나가는 타자들을 현혹시킨다. 넥센 윤석민이나 SK 조동화 최 정, LG 문선재 손주인과 한화의 FA 교타자 정근우와 이용규 등이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넘버원으로 꼽았다. 한화의 이용규는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빠르면서도 각이 크다"고 했다.

노경은이 5표를 받아 2위에 올랐고, 손승락이 4표로 3위를 차지했다. KIA 김선빈이 "손승락의 직구와 슬라이더의 스피드 차가 적어 판단이 힘들다"고 공략의 어려움을 말했다. 외국인 투수 중에는 NC의 찰리가 3표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NC 이종욱은 "슬라이더도 볼끝이 너무 지저분하다"며 이젠 찰리와 한솥밥을 먹게된 것을 반겼다. 볼티모어에 입단한 윤석민의 슬라이더를 그리워하는(?) 타자도 3명이나 됐다. 그의 슬라이더를 직접 받았던 KIA 차일목은 "비록 떠났지만 그의 슬라이더는 여전히 최고"라고 했다.


커브=김진우

3표 이상 받은 선수가 단 2명 뿐이었다. 강력한 커브를 던지는 2명의 투수에게 몰표가 쏟아졌다. KIA 김진우와 삼성 윤성환이 최고의 커브를 가진 자로 표대결을 벌였는데 마지막 승자는 김진우였다. 총 50표 중 22표를 얻어 44%의 득표율로 1위. 윤성환은 김진우에 4표 뒤진 18표(36%)로 2위에 올랐다. 김진우는 데뷔때부터 낙차큰 커브로 선배들을 농락했었다. 롯데 손아섭은 "두말할 필요없다"며 김진우에 한표를 던졌고, 넥센 서건창은 "각이 크면서 구속도 빨라 속기 쉽다"고 했다. 윤성환에 표를 던진 NC 이호준은 "커브인 것을 아는데도 볼이 워낙 좋으니 치기 힘들다"고 했고, NC 손시헌 역시 "알고도 칠 수 없는 최고의 커브"라고 극찬했다. NC 조영훈도 윤성환을 꼽은 뒤 이유를 묻자 "설명이 필요한가"라고 되묻기도. 초 슬로 커브로 유명해진 유희관은 넥센 허도환에게서 1표를 획득. 허도환은 "느린데도 타이밍 잡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롯데 송승준이 2표로 3위에 올랐고 유희관 옥스프링 밴덴헐크 신정락 웨버 등이 1표씩을 얻었다.

체인지업(포크)=이재학

지난해 이재학에게 신인왕의 영광을 가질 수 있게 한 무기는 바로 체인지업이었다. 직구처럼 오다가 뚝 떨어지는 투수에겐 최강의 무기이고 타자들은 체인지업인줄 알면서도 결국 직구로 속아 헛스윙을 하는 무서운 존재다. 이재학이 총 52표(안치홍 김민성 복수응답) 중 12표를 얻어 최고의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가 됐다. 두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2차드래프트로 NC에 이적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던졌고 체인지업이 이재학의 피칭에 날개를 달았다. NC 이종욱은 "정말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나오기 때문에 공략하기 힘들다"고 했고, 넥센 서건창은 "회전이 빨리 타이밍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이재학의 체인지업을 설명. 롯데의 외국인 에이스 유먼이 5표로 2위에 올랐고, SK 토종 우완 에이스 윤희상이 4표로 3위를 차지. 두산 유희관과 노경은은 나란히 3표씩을 얻었다. 이범호는 유희관의 체인지업을 "완급조절이 능해 고르기 참 까다롭다"고 했다.

싱커=나이트

유일하게 과반 이상 득표자가 나온 구종이다. 많은 타자들이 싱커하면 떠올리는 얼굴은 바로 넥센의 외국인 에이스 나이트였다. 직구보다 더 많이 던지는 구종인 싱커는 나이트를 국내프로야구에 머물게 한 위닝샷이다. 총 51표(김민성 복수응답) 중에 무려 28표를 얻어내 과반이 넘는 54.9%의 득표율을 보였다. NC 이호준이 "몸쪽에서 몸쪽으로 빠르게 휘어들어온다"고 표현한 나이트의 싱커를 두산 홍성흔은 "치면 종아리에 맞기 딱 좋은 코스로 온다"는 재미있는 비유로 마구처럼 표현했다. KIA 차일목은 "자연스럽게 헛스윙이 나온다"라는 극찬을 했다.

2위는 KIA의 김진우의 차지. 7표로 단독 2위. 각이 큰 커브와 함께 상대를 속이는 좋은 무기라고. "콕 찍어 말할 선수가 없다"고 한 타자가 8명으로 체인지업과 함께 가장 많기도 했다.

지난해까지의 기억과 시범경기의 경험을 더해 정해진 구종별 최강 달인들. 시즌 중엔 어떤 최강 달인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SK 김광현이 직구와 슬라이더를 가장 잘던지는 투수로 꼽혀 2관왕이 됐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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