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거포들의 등장과 이승엽의 위치와 역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3-02 11:14


외국인 거포들의 등장으로 홈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 이승엽의 역할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괌 전지훈련때 배팅 훈련을 하던 이승엽이 류중일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은 지난달 20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KIA와 첫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임준섭의 초구를 받아쳐 122m 거리의 아카마구장 가운데 펜스를 훌쩍 넘겼다.

이튿날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SK전에 앞서 이승엽은 전날 첫 홈런에 대해 쑥스러운 듯 "연습경기에서 아무리 치면 뭐하는가. 실전에서 쳐야 된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면서 이승엽은 "부상도 없고 컨디션은 아주 좋다. 시즌 때도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올시즌에도 삼성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심타자다. 현재 연습경기에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 이승엽은 안정적인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SK와의 경기에서는 2루타를 포함해 2안타를 날리며 페이스에 속도를 붙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을 기록한 이승엽은 올시즌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그럴 수도 있는 성적'이라고 하기엔 이승엽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컸다. 몇 개의 홈런을 칠 지, 몇 개의 타점을 올릴 지, 올해도 이승엽을 향한 관심에는 명분과 이유가 있다. 더구나 외국인 거포들이 다시 등장한 터다.

이승엽은 일본으로 떠나기 전인 2003년까지 '용병 거포'들과 치열한 홈런 경쟁을 펼쳤다. 그의 대표적인 라이벌은 두산 베어스 타이론 우즈였다. 외국인 선수 제도 첫 해였던 지난 1998년 우즈는 국내 최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42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 올랐다. 이승엽은 항상 우즈의 파워와 타격 솜씨를 감탄했다. 이듬해인 1999년 54홈런으로 타이틀을 되찾았음에도 우즈를 가장 강력한 홈런 타자로 인정했다. 우즈 이외에도 호세, 로마이어, 스미스, 퀸란, 페르난데스 등이 당시 거포로 이름을 떨쳤다. 타고투저 시절 외국인 거포들과의 경쟁 속에서 5번의 홈런 타이틀을 차지했던 이승엽이다.

이승엽이 국내로 돌아온 2012년과 지난해에는 외국인 타자가 없었다. 모든 구단들이 마운드 강화를 지상과제로 삼고 투수들만 데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규정이 바뀌어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3명으로 늘면서 각 팀들은 타자 한 명씩을 영입했다. 수비가 좋고 발빠른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 거포들이다. SK 루크 스캇, 두산 호르헤 칸투,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 LG 조쉬 벨, NC 에릭 테임즈,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 등이 연습경기에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며 올시즌 홈런 경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승엽은 "좋은 타자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들었다. 기대된다. 나바로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넥센 박병호, SK 최 정, 삼성 최형우 등 내로라하는 토종 거포들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엽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사실 10여년전 50홈런을 때렸던 이승엽을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외국인 거포들의 등장으로 부활이 기대되는 홈런 판도에 분명 이승엽의 역할은 존재한다. 경쟁을 주도하든, 뒷받침하든 레이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구성원'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전지훈련 캠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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