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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진정한 골든벨이 될 것인가.
LG의 새 외국인 타자 조쉬 벨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인상적인 활약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벨은 27일 일본 오키나와 나고구장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실전 두 번째 홈런을 터뜨렸다. 스위치히터인 벨은 삼성과의 만루포는 좌타석에서, 니혼햄과의 투런포는 우타석에서 터뜨렸다.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던 벨. 야구를 잘하니 관심을 갖는다는 건 조금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당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고 전하자 "그런가. 내 팬도 생겼느냐"며 해맑게 웃는 선수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 또,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벨에 대한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벨은 전형적인 파워히터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스위치히터다. 보통 스위치히터는 컨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들이 타격의 정확성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쓰는 고육지책. 또 하나 문제는 스위치히터들의 경우 보통 확실히 편안하게 느끼는 타석이 있다는 것이다. 주 타석쪽의 성적이 좋다. 그런데 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오른쪽, 왼쪽을 특별히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오키나와 현장에서도 어떤 사람은 "왼 타석 힘이 더 많이 느껴진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내가 보기엔 오른쪽 타석"이라고 한다.
벨은 왜 스위치히터가 됐느냐는 질문에 "오른손잡이이지만 타격은 왼쪽에서 했다. 그런데 왼쪽에서 치다보니 한계를 깨달았다"고 했다. 무슨 한계일까. 벨은 "수준급 좌투수를 만났을 때, 그리고 그 투수가 낙차가 크고 각이 큰 변화구를 던지면 대처가 안됐다. 특히 내 왼쪽 타석 스윙 궤적이 변화구에 약점을 노출한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오른쪽 타석에서도 타격을 시작했다. 폼과 파워는 거의 비슷하지만, 약간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스탠스. 왼쪽 타석에서는 넓은 오픈스탠스로 더 큰 스윙을 한다면 오른쪽 타석에서는 스탠스가 훨씬 좁아지고 조금은 컨택트에 더 신경을 쓰는 인상이다.
벨은 "중심타선에서 내가 나왔는데, 상대가 왼손 원포인트릴리프를 올린다고 생각하면 나나, 팀에게 얼마나 손해인가. 상대 왼손투수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다"며 웃었다.
선구안의 비결은?
홈런을 뻥뻥 치는 것도 좋지만, 벨에게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선구안이다. 거포 스타일의 타자들은 전형적으로 공을 기다리지 않고, 눈에 공이 들어오면 큰 스윙으로 일관하기 마련인데 벨은 타석에서 굉장히 차분하다. 자신이 노리는 공이 아니거나 공이 조금이라도 빠지면 그저 바라볼 뿐이다. 매경기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한다.
그러니 상대투수와의 수싸움에서 유리하다. 니혼햄전 홈런도 그랬다. 4번타자다. 상대투수가 제구가 흔들릴 수 있다. 또 변화구 승부도 많다. 벨은 차분하게 볼 2개를 얻었다. 그리고 투수 요시카와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한가운데 직구를 정확한 타이밍에 받아쳤다. 사실 천부적인 타격 감각을 가진 스타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선구안 속에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게스히팅을 하는 경우다. 대신, 힘이 워낙 좋아 얻어 걸리면 그냥 넘어갈 모양새다.
벨은 선구안을 키운 능력에 대해 "사실 야구를 시작할 때는 몸이 이렇게 크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테이블세터에 배치됐었다. 그래서 출루에 신경을 썼다. 수비도 처음에는 2루와 유격수 자리를 맡다가 지금 3루수가 된 것"이라는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농구에서도 가드, 포워드 포지션을 보다 갑자기 키가 커 센터를 보는 선수들은 드리블, 슈팅 등에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벨도 딱 그런 경우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