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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외국인선수의 트렌드는 투수였다. 2011년을 마지막으로 외국인타자는 잠시 자취를 감췄다. 각 구단은 너나 할 것 없이 외국인선수를 투수로 채웠다. 국내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차 외국인타자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올시즌부터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를 1명 늘리면서 한 포지션 독점을 막았지만, 여전히 외국인선수 중 주류는 투수다. 모든 구단이 투수 2명, 타자 1명(NC는 투수 3명)으로 외국인선수 구성을 마쳤다.
순수 마이너리거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는 없는 걸까. 정답은 'No'다. 지난해 창단팀인 NC에서 맹활약하며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거머쥔 찰리(29)는 단 한 차례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던 투수다.
물론 찰리는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이며 빅리그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2007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입단 후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2012년엔 트리플A에서 선발로 11승 5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하며 시즌 종료 후 40인 로스터에 들었다. 하지만 NC의 러브콜을 받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찰리의 경우는 NC가 유망주를 빠르게 선점한 케이스다. 이제 막 빅리그의 관심을 받았던 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20대 후반의 나이도 매력적이었다. 잘만 하면, NC에서 오랜 시간 롱런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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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키치 역시 데뷔 후 줄곧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어왔다. 트리플A 경력도 적었다. LG에 오기 전 트리플A에서 풀타임 두 시즌을 뛰었을 뿐이다. 하지만 LG에서 성공을 거뒀다. 큰 키와 독특한 투구폼으로 인해 한국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찰리와 주키치의 예를 보면,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부는 아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성공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찰리와 주키치로 보면, 적응력과 한국 무대에서 통할 결정적인 무기가 있으면 된다.
찰리는 한국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평소 착한 마음씨로 유명하다. NC는 팀과 하나 될 수 있는 요건에 가장 충족한다고 봐 찰리를 선택했다. 물론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준 성장세를 믿었다.
주키치는 한국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극단적인 크로스 스탠스형 투수였다. 왼손투수인데다 1m95의 장신이다. 독특한 투구폼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타자들은 생소한 궤적을 경험해야 했고, 각도가 큰 공에 고전했다. 한국에서 통할 만한 결정적인 무기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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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새롭게 한국 무대를 밟는 외국인투수는 현재까지 9명이다. 리즈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한 자리를 비워둔 LG까지 포함하면 10명이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한다. 이중 한화의 케일럽 클레이(26)과 LG의 코리 리오단(28)이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순수 마이너리거다.
두 명 모두 찰리와 주키치처럼 20대에 한국 무대를 밟았다. 특히 클레이는 2006년 신인드래프트서 1라운드에 지명될 정도의 유망주였다. 하지만 빠르지 않은 직구 스피드 탓인지 빅리그의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오랜 마이너리거 생활 끝에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LG는 주키치를 선택할 때와 마찬가지로, 최근 수년간 관찰해 온 리오단을 선택했다. 경력은 부족해도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현재 스프링캠프에서 둘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두 명 모두 제구력이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컨트롤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이다. 과연 클레이와 리오단이 제2의 찰리, 주키치가 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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