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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이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마침내 첫 대포를 날렸다. 지난 21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 3회 우월 투런포를 작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35홈런을 친 스캇은 연일 맹타를 터뜨리며 올시즌 SK의 4번타자로서 점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그에게 도전의 무대다. 문화가 다르고 모든 것이 생소하다. 전지훈련을 통해 하나둘 적응력을 키워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적응이다. 국내 야구에서는 메이저리그와는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다르게 적용된다. 상하 폭이 좁은 대신 좌우 폭은 다소 넓다. 이날 삼성전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스캇은 신중한 타격을 해왔다. 스트라이크존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적극적인 타격보다는 조심스럽게 공을 고르고 있다. 특히 몸쪽 스트라이크존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서서 삼진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빠졌다고 생각하는 몸쪽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상대 투수들도 스캇을 상대로는 몸쪽 공략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연습경기에 임하는 그의 마음가짐이다. SK에 따르면 스캇은 자신만의 목표를 정해놓고 경기에 임한다. 홈런을 칠 것인지, 안타 몇 개를 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타격을 할 것인가를 정해놓고 타석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늘은 유격수와 2루수 사이로 타구를 보내겠다'고 마음 먹는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홈런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스트라이크존 적응을 위한 일종의 '플랜 배팅'이다. 절대 무리한 스윙을 하지 않는다.
SK 타자들은 스캇이 타석에 들어서면 그의 스타일을 꼼꼼히 관찰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을 3번이나 기록한 스캇은 정확히 맞히는 타격을 우선시 한다. 전형적인 거포의 타격폼은 아니다. 공을 최대한 끝까지 보고 때리며 레벨 스윙으로 공략한다. 이만수 감독은 "스캇은 자신만의 확실한 타격 이론을 가지고 있다. 내가 평소에 타자들에게 강조하던 중심을 뒤에 둔 레벨 스윙을 한다. 스캇의 합류로 기존 타자들과 시너지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경기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높은 친화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로를 풀어주는 자신만의 마사지법을 타자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단다.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고향인 미국에서 쓰던 헬멧과 운동기구를 가져와 경기와 훈련때 사용한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쌓은만큼 자신만의 운동 노하우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다.
국내 야구에 적응하기 위한 스캇의 일거수일투족에 신뢰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키나와(일본)=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