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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은 야구팬에게 너무나 유명한 선수다.
프로야구 선수 중 자신만의 캐릭터가 가장 강력하다. "팬이 우리에게 연봉을 준다"고 말할 정도로 팬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 게다가 항상 유쾌한 성격으로 뛰어난 입담을 과시한다.
하지만 지난해 홍성흔은 많이 힘들었다. FA로 풀린 뒤 친정팀 두산으로 왔다. 하지만 두산은 유망주들이 즐비했다. FA 보상선수로 유망한 중간계투인 김승회가 롯데로 갔다.
시즌 초반 승부처에서 여러차례 범타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후반기에 페이스를 완전히 회복했다. 2할9푼9리의 타율과 15홈런. 여기에 주장으로서 두산의 경쟁체제를 효율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존재했다. 그런 분위기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홍성흔은 지난 시즌 내내 항상 조심스러워했다.
때문에 해야 할 불편할 수 있는 얘기가 많았다. 두산의 전지훈련캠프인 일본 미야자키 기요다케 구장에서 만난다. 일부러 직설적인 질문을 많이 했다. 미야자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어쨌든 모든 것은 내 탓이다>
―(홍성흔은 인터뷰 전 "저에게 대해 많은 것이 알려졌잖아요. 더 인터뷰할 내용이 있나요"라고 했다. 그래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난 시즌 많이 힘들었겠다.
그 분위기는 잘 알고 있다. 일단 모든 게 내 탓이다.
―FA로 친정팀에 돌아왔는데, 그렇게 환영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달갑지 않게 느낀 두산 팬이 많을 것이다. '왜 홍성흔이 왔나'라고 생각한 팬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두산은 경험을 쌓아야 할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자리를 뺏는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다. 영입 당시에 두산은 팀 케미스트리를 이끌 확실한 리더가 필요했고, 그 부분은 충분히 역량을 발휘했다.
그건 두 번째 문제다.
―어떤 의미인가.
일단 내 자신이 야구를 잘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내가 봐도 많이 부족했다. 내가 야구팬이어도 홍성흔에 대해 비판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산이라는 팀 자체로 봤을 때 주전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팀 조직력을 이끌 리더는 꼭 필요했다. 좋은 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팀을 이끄는 부분도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하지만 일단 야구를 잘해야 한다.
―야구를 못하진 않았다.(홍성흔은 2할9푼9리, 15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쉬운 순간도 많았다.
―득점권 찬스에서 좋지 않았다는 말인가. 득점권 타율도 2할9푼7리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한마디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임팩트가 부족했다. 아마 그런 부분들 때문에 팬들도 나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일 거다.
―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는데, 후반기에 페이스를 회복했다.(8월 이후부터 그는 꼬박꼬박 3할 타율을 쳤다. 출루율도 준수했다.)
FA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은연 중에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밸런스가 미세하게 무너지고, 승부처에서 심리적인 압박도 많이 받고 그랬다.
―6월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당시 김진욱 감독에게 '괜찮으니까 저 빼셔도 됩니다'라고 말을 했는데.
FA로 데려온 선수인데다, 주장에 중심타선에 배치돼 있으니까 감독님께서 배려를 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선수로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오버지만, 감독님의 부담감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너보다 잘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부담감이 너무 많다. 부담갖지 말고 타석에 서라'고 얘기해 주셨다. 너무 고마웠다.
―별명이 많다. 그 중에 달갑지 않은 별명도 있다.
난 다 괜찮다. 관심이 있으니까 해주시는 말들이다. 팬들이 잘할 때는 '홍포', 못할 때는 '홍턱'이라고 말씀하신다. 어떤 팬은 내가 부진할 때 '저 홍턱주가리'라고 말하기도 하신다. 그런데 나는 '홍턱'도 좋다. 실제 턱이 나왔는데.
―좀 심한 말 중에 '풀무원'이라는 별명도 있는데.(풀스윙과 공무원을 결합한 말이다. 항상 풀스윙을 하면서 찬스를 놓치고, 부진할 때도 경기에 꼬박꼬박 나간다는 비판적인 의미다.)
아~ 들어봤다. 난 괜찮다. 내가 못하니까 그런 별명이 생기는 거다.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어딘가. 요즘에는 관심이 뜸해서 좀 불안하기도 한데. 그런데 가족을 연관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나한테 그러는 건 괜찮은데, 가족이 연관되면 그건 정말 못 참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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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는 3할7푼1리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장타력이 좋아졌다. 3할5푼에 26홈런, 116타점을 기록했는데.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뭔가.
2009년에 컨택트에 많은 신경을 썼다. 타격 밸런스가 좋았다. 그리고 장거리포 타자로 전향하려 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그런데 최근 2년간 장거리포를 의식하다 보니 다시 컨택트 능력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사실 장타는 타격 밸런스가 좋아야 나오는 건데. 그래서 올해는 다시 컨택트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외국인 타자 칸투가 4번 타자로 배치될 것 같은데.
그래서 이제는 중심타자로서 부담을 좀 덜었다. 진루타와 타점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밀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밀어치기에 모든 초점을 맞출 것이다.
―성과가 있나.
일단 장타에 대한 부담을 덜고 나니까 무리한 스윙을 하지 않게 된다. 아직도 약간의 오버스윙이 남아있긴 한데,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랬더니 오른쪽이 보인다. 지금 페이스도 괜찮다.
―항상 파이팅이 넘친다. 원래 그렇게 좋았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 시작할 때부터 파이팅이 너무 좋았다. 원래 2루수를 봤는데, 당시 감독님이 포수로 전향을 시키셨다. 파이팅 때문에.
―타고난 성격 때문인가.
그런 것 같다. 성격 자체가 유쾌하다. 거짓도 없고. 가식적인 건 싫다. 후배들을 대할 때도 내가 그동안 배운대로 솔직하게 얘기하고 농담한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SNS 금지령을 내렸다던데.
야구 선수는 공인이다. 좋은 말을 SNS에 하는 건 좋지만, 좋지 않을 때 자신의 마음을 거르지 않고 SNS에 옮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금지시켰다. (이 부분은 매우 긍정적이다. 실제 SNS로 인해 야구와 축구 등에서 많은 사건과 해프닝이 유발되고 있다. 개인의 플레이 뿐만 아니라 팀까지 악영향을 받는 일이 많다.)
―팀 후배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건 뭔가.
항상 똑같다. '남 탓 하지 말자'고 한다. 우리 팀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경기에 나가고 못 나가고는 코칭스태프가 결정하지만, 그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신의 플레이다. 나 스스로가 그런 생각이 확고하다.
(홍성흔은 여전히 똑같다. 지루한 전지훈련장에서 항상 후배들에게 농담을 건넨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칸투와도 스스럼없이 지낸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미야자키 첫 청백전에서 나왔다. 당시 이닝 교체시기였는데, 주전 포수가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마운드의 투수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홍성흔은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득달같이 포수 미트를 챙겨서 나가려고 했다. 팀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가 FA로 두산에 가세함과 동시에 두산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존의 선수들이 많이 나갔다. 때문에 지난해 그가 부진할 때 비판은 가중됐다. 하지만 당시 두산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기나긴 페넌트레이스에서 강해지기 위해 보이지 않는 팀의 화학적 결합을 유도할 강력한 리더였다. 결국 두산은 지난해 강력한 뒷심이 생겼다. 효율적인 경쟁체제롤 만들었고, 그 힘을 바탕으로 포스트 시즌에서 괴력을 발휘했다. 홍성흔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포스트 시즌 '미라클두'를 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