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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된다는 책임감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결국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으로 지난해 11월 NC로 이적한 김종호는 지명 당시만 해도 '니가 뭔데 10억짜리 선수냐'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그동안 1군에서 보여준 모습이 없는데 NC에 지명됐기 때문이다. 선수층이 두터운 삼성에서 지명됐기에 더욱 그랬다. 특별지명 보상금 10억원에 비해 김종호의 존재감은 너무 초라했다.
하지만 김종호는 보란 듯이 모두의 편견을 깨뜨리고, 10억원의 가치를 입증했다. '대도'에 등극하면서 최정상급 리드오프로 성장했다.
사실 김종호는 아내 박수정씨의 존재를 알리지 못했다.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는데 임신을 하게 됐다. 무명선수에 불과했던 그에게 세상의 시선은 부담이었다. 김종호는 "뱃속에 아이가 있을 때 아내와 제대로 외식 한 번 못했다. 아내가 밖에서 남편 얘기도 못하고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남편의 보살핌 없이 혼자 태교를 책임진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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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 설 때마다 생각했다. 성공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어야만 했다. 아버지로서 책임감은 김종호를 진정한 1군 선수로 만들었다. 쉴 새 없이 뛰면서 온 몸이 상처 투성이였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 부상의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김종호는 "요즘은 기저귀를 열심히 갈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비활동기간이지만, 개인운동은 거르지 않는다. 매일 마산구장에 나가 웨이트트레이닝과 티배팅을 한다. 제대로 휴가도 즐기지 못했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그에겐 휴가다.
아버지의 책임감으로 성공시대를 열었지만, 올시즌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김종호는 "후반기 들어서 30경기 정도 남았을 때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때 타율도 많이 떨어졌다. 올해부터는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해야겠다. 전반기부터 더 치고 나가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3할 타율을 달리던 김종호는 8월 중순부터 타율이 급격히 떨어져 2할7푼7리로 시즌을 마감했다.
게다가 팀은 FA 이종욱과 외국인선수 에릭 테임즈를 데려오며 외야수를 보강했다. 테임즈가 1루수로 갈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붙박이 주전을 보장받았던 올해와 달리 경쟁이 불가피하다.
김종호는 "내년에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오히려 나태해지지 않을 수 있어 좋다.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내년에도 도루왕 경쟁을 하고 싶다. 올시즌엔 다른 구단에 뛰는 선수들이 부상도 많았고, 막판엔 잘 뛰지 않더라. 내년엔 경쟁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내년 시즌 목표를 물었다. 주전으로 도약했음에도 그에게선 '생존'이란 답이 들렸다. 김종호는 "아빠로서 내년엔 또다른 책임감이 클 것 같다. 제일 큰 목표는 자리를 확실히 잡는 것이다. 멤버도 보강됐으니 살아남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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