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맨’ 이동현, LG의 숨은 MVP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12-20 09:09 | 최종수정 2013-12-20 11:04



'잘해야 본전, 못하면 역적.' 프로야구 불펜 투수들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등판 간격을 보장받는 선발 투수나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마무리 투수와 달리 대부분의 불펜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됩니다. 불펜 투수들이 챙길 수 있는 홀드도 승리나 세이브에 비해 조명을 덜 받는 편입니다.

불펜 투수 중에서도 가장 많은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은 필승계투조의 셋업맨입니다. 경기 중후반 마운드를 물려받아 리드를 유지한 채 마무리 투수에 넘겨야만 합니다. 리드를 지키는 것은 당연시되지만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한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올 시즌 LG에서 셋업맨으로 꾸준히 활약한 것은 이동현이었습니다. 이동현은 64경기에 등판해 6승 3패 1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습니다.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홀드를 기록하며 홀드 부문 2위에 올랐습니다.

마무리 봉중근의 앞에서 셋업맨 역할로 당초 기대를 모은 것은 이동현이 아니었습니다. FA를 통해 영입된 정현욱과 작년에 21홀드를 기록한 유원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현욱은 시즌 중반 이후 부진에 빠졌고 유원상은 시즌 중반 잠시 동안을 제외하고는 제 구위를 찾지 못했습니다.

만일 이동현이 시즌 내내 역투하지 않았다면 봉중근이 38세이브로 팀 내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울러 LG가 페넌트레이스에서 2위를 차지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2002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 이동현은 숱한 시련을 극복했습니다. 세 번의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짝수 해에 많은 경기에 등판해 그 부담으로 인해 홀수 해에는 부진한 것이 징크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짝수 해인 작년 시즌 52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6홀드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하면서 소임을 다했기에 홀수 해인 올 시즌에는 징크스를 뛰어넘어 활약할 것인지 의문시되었습니다. 올 초 체력 테스트에서 탈락하면서 전지훈련에도 뒤늦게 참가했습니다. 시즌에 들어서 불펜 투수로서는 부담스러운 3일 연속 등판도 5번 있었지만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포크볼의 구사 빈도를 줄이고 슬라이더를 적극 활용하면서 호투를 이어갔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활약한 '믿을맨' 이동현은 올 시즌 LG의 숨은 MVP로 꼽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내년에 이동현이 LG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될 것입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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