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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보며 KIA 구단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또는 프로야구 한 해를 기념하는 잔치에서 소외됐다는 서러움?
프런트나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까지. 각자 주어진 상황에 따라 수많은 상념이 스쳐갔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 장면에서만큼은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하나같은 생각을 했을 듯 하다. 바로 넥센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을 때. 타이거즈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우리 팀 내년 마무리는 누굴까'라는 상념을 떠올렸을 것이다. 최근 수 년간 반복되어 온 팀 최대의 고민거리. 2014시즌, KIA의 뒷문은 과연 누가 잠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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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계속 잘 해오던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팀은 여유가 있다. '터줏대감' 마무리의 컨디션을 잘 조절해주면 되는 까닭. 하지만 확실한 마무리가 없거나 아니면 기존의 마무리가 팀을 떠난 상황에 처한 팀은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마무리를 제대로 만들어놓지 못하면 전력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
최근 수 년간 KIA가 바로 이런 모습을 보였다. 전력이 상당히 강한 것 같아도 막상 실전에 넣어보면 허술한 모습이 확 눈에 띈다. 결국 화려한 외양에 비해 성적의 실속은 없었다. 올해도 시즌 개막전부터 시작해 개막 이후 약 한 달까지는 '우승후보'로 불렸다. 하지만, 최종 순위는 결국 8위. 전력의 구멍이 훤하게 드러난 결과다.
특히 마무리 투수 확보에 실패한 게 뼈아팠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KIA는 지속적으로 마무리 투수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지 못했다. 2009 우승 당시에는 유동훈이 믿음직하게 뒷문을 잠가줬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KIA 마무리 역사'의 암흑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동열 감독은 2012시즌 팀에 부임한 뒤 '강력한 마무리 확보'를 주요 과제로 설정했었다.
그런데 이 과제가 생갭다 훨씬 어렵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무리 투수에서 구멍이 나면서 성적이 추락하고 말았다. 처음에 외국인 투수 앤서니를 썼다가 퇴출시킨 뒤 윤석민을 끌어썼지만, 결과는 안좋았다. 내년에는 또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행'을 선언하며 팀을 떠났기 때문.
윤석민의 'KIA 컴백'도 아직은 살아있긴 하지만, 설령 돌아온다고 해도 다시 마무리 투수를 맡게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KIA는 기존 투수들 혹은 새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수 중에서 2014시즌 마무리를 확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상황에서 일단 초점은 외국인 투수에 맞춰져 있다. 비록 올해 앤서니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이는 앤서니가 마무리 경험이 적었기에 나온 결과로 생각할 수 있다. 때문에 KIA는 전문 마무리 경험이 있는 외국인 투수를 원한다.
차라리 이게 나은 방법일 수 있다. 현재 KIA는 선발진은 그런대로 구색이 맞춰진 상태다. 특히 올해 팀에 합류한 송은범도 많은 훈련을 통해 선발 진입을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타자 포함 총 3명의 외국인 선수 자리 중에서 선발을 1명만 뽑고, 1명은 전문 마무리를 택하는 게 좋을 수 있다. KIA 해외 스카우트팀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옥석'을 골라야 할 시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