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한신 오승환은 4일 열린 입단식이 조금 아쉬웠나보다. 처음해보는 성대한 입단식. 한국은 물론, 일본 취재진까지 와서 치러진 입단식에서 오승환은 1시간 가까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그런 자리가 처음이라서 였는지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좀 어려운 질문도 있었고, 좀 더 답변을 잘할 수 있었는데 못한 게 많아 아쉬웠다"고 했다.
올시즌 오승환의 투구를 보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많은 해외 스카우트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해외진출을 노린 오승환으로선 쇼케이스의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오승환은 시즌 중이란 이유로 해외진출에 대한 질문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제 한신으로 이적을 했으니 "스카우트들이 오니 신경이 쓰이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오승환은 "처음엔 의식을 했었다"고 했다. "어느팀 스카우트가 오는지 알았고, 한신 단장님이 오시는 것도 알았다"는 오승환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더 잘보여야 한다는 생각? 그러다보니 피칭에 영향을 끼쳤다. 나도 모르게 힘이 더 들어가거나 볼배합이 달라지기도 했다"고 했다. 어느 순간 평정심을 찾았다. "갑자기 이게 아니다싶었다. 내 스타일에서 달라질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평상시대로 던졌을 때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면 데리고 가겠지라고 생각했고, 내 개인적인 경기가 아니고 팀이 이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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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승환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뒤 동료들과 한 세리머니와 함께 한국시리즈 2차전서 연장 13회초 오재일에게 홈런을 맞은 것. 당시 오승환이 홈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돌아서는 모습이 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역시 포커페이스로 덤덤하게 돌아섰다"와 "힘이 떨어져서 맞을 때가 됐다는 허탈한 표정"이란 두가지의 해설이 있었다.
오승환은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1차전에서 지고 2차전이 연장까지 갔는데, 무조건 이겨야하는 경기였다. 막고 싶었는데 한방으로 지는거니까 너무나 아쉬웠다"면서 "오재일이 전타석에서 바깥쪽에 좋은 컨디션을 보여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로 유인하려고 했는데 실투가 되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홈런을 맞았지만 이날 오승환의 피칭은 야구팬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정규시즌 때는 제대로 던지지 않고 한국시리즈 때 진짜 힘으로 던진 것 아니냐'는 말에 오승환은 "그렇게 보였나?"라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한국시리즈는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있어 맞춰서 몸을 만들고 끌어올렸다. WBC 때문에 한달반 정도 일찍 몸을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정규시즌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했다.
일본 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혼자 사는데 불편하지 않겠냐고 물어보시는데 혼자 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오승환의 에이전트사인 스포츠인텔리전스의 곽동훈 매니저와 함께 오사카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알고보니 곽씨와는 이미 4년 전부터 함께 살고 있었다. 곽씨는 오승환과 함께 2005년에 삼성에 입단한 투수출신이다. 나이는 1살 더 많은 형이지만 입단 동기. 2년 전 은퇴하고 올 해까지 삼성의 전력분석원을 하면서 오승환과 함께 살았다. 또 삼성에서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 코치의 통역을 하던 이우일씨가 오승환의 전담 통역으로는 함께 대한해협을 건넌다. 오승환에겐 홀로 지내는 외로움은 없을 듯.
오전에 고속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그에겐 오히려 반갑다. "난 버스에서 잠을 못자는 스타일이다. 이동할 때 잠을 못자고 음악을 듣거나 했다"는 오승환은 "일찍자고 다음날 오전에 빠른 기차로 이동하는게 나에겐 더 편할 수 있다"고 했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 피치'에 대한 자신감은 여전했다. "커브, 커터, 스플리터 등을 간간히 던지는데 어떤 경기서는 아예 안던질 때도 있었다"는 오승환은 "다른 변화구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기 보다는 직구와 슬라이더가 결정구이고 가장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구종이라서 2개를 주로 던질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한신에서도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도 충분히 통한다는 분석을 했으니 2년간 최대 9억엔이라는 거액을 주고 데려가지 않았겠냐는 것.
두둑한 배짱으로 일본 정복을 향하는 오승환은 오는 10일 일본으로 건너가 13일 일본 취재진과 공식 입단 기자회견을 갖는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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