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 진출 한 것만으로도 분명히 잘한 성적이지만 그럼에도 감독 자리는 안전하지 않다. 팀은 항상 우승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펼쳐진 32년 동안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이 시즌 후 경질된 경우는 6차례 있었다. 이번 김진욱 감독의 경우가 7번째다.
86년엔 삼성 김영덕 감독이 경질의 아픔을 맛봤다. 85년 전-후기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김 감독은 8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전기리그 우승을 한 삼성은 후기리그 우승을 한 OB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전-후기 2위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해태와 우승을 놓고 맞붙었지만 1승4패로 무릎을 꿇었고 한국시리즈에 세번 출전해 모두 패한 책임을 져야했다.
90년엔 정동진 감독이 안타깝게 퇴장했다. 당시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빙그레와 해태를 차례로 누르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지만 재계 라이벌인 LG에 4연패로 무릎을 꿇자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정동진 감독을 경질하고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준우승 감독의 경질의 아픔은 2002년 LG 김성근 감독에게 일어났다. 당시 4위로 정규시즌을 끝낸 뒤 현대와 KIA를 꺾고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치렀던 LG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접전의 경기를 펼쳤고 2승4패로 아쉽게 삼성에게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줬다. 그러나 LG 프런트와 마찰을 겪었던 김성근 감독은 2년 계약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명장 김응용 감독도 준우승 후에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2004년 현대와 9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2승2무4패로 패했던 삼성은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선동열 감독을 전격 발탁했다.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겨준 김 감독에겐 야구인 사상 최초의 구단 사장에 임명했다.
2010년 삼성이 SK에 4연패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둔 뒤 12월 말 갑작스럽게 선동열 감독의 사퇴 소식이 전해졌다. 2005∼200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뤘던 선 감독은 2010시즌부터 무려 5년 계약을 했던 터라 갑작스런 선 감독의 사퇴는 충격이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경질됐다고는 보기 힘들었던 상황이라 전체적인 구단의 체질 개선 차원으로 해석됐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2001년 이후 우승에 목말라있었던 팀에게 3승1패로 우승을 목전에 의 절대적인 우세 속에서의 3연패 준우승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전 6번의 감독 교체에서 이후 감독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는 2005년 삼성 선동열 감독(우승)과 2011년 삼성 류중일 감독(우승) 뿐이었다. 준우승 감독을 처음으로 경질한 두산이 내년시즌 우승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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