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 만한 외국인선수 구하기 어렵다는 말은 매년 나오고 있다.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높아진 구단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막대한 금액이 필요하다.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구단은 절충점을 찾아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런 측면으로 보면 한국프로야구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선호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 적응에 대한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 선수의 인성이나 행실에 대한 건 이미 소문으로 들을 터. 여러모로 괜찮다는 판단이 들면, 영입전에 뛰어들 법하다. 몸값에 거품이 적고, 일정 수준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다.
25일은 각 구단이 외국인선수에게 재계약 의사를 통보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이때까지 재계약 의사를 통보했을 경우, 선수가 재계약을 거절한다 해도 구단이 선수에 대한 보류권을 5년간 갖게 된다.
과거엔 타구단의 전력보강을 막기 위해, 결별이 확정된 외국인선수에게 기대 이하의 액수로 재계약 의사를 통보하는 식으로 이적을 막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재계약이 불발되더라도 보류권을 갖게 돼 해당 선수가 타구단으로 이적할 길은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최근엔 구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에 이런 꼼수가 사라졌다. 재계약 의사를 통보했으나 선수가 다른 리그로 가게 되는 상황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결별하게 된 선수의 앞길은 막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대부분 구단의 재계약 방향은 가시화됐다. 롯데(옥스프링, 유먼) 넥센(나이트, 밴헤켄) SK(세든 레이예스)는 모두 2명 모두 재계약할 방침이다. 한화는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두 명 모두 결별을 선언했고, LG와 삼성은 주키치, 카리대와는 결별하고 나머진 잡겠다는 생각이다. NC도 찰리, 에릭과 재계약한 뒤 나머지 한 명을 추가 영입할 계획이다.
이제 새 선수를 구하는 팀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놓이게 됐다. 완전한 새 얼굴이냐, 혹은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익숙한 얼굴이냐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외국인선수들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있다. 하지만 넥센 나이트 같은 케이스를 보면, '재활용'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나이트는 2009년 삼성에 대체선수로 입단한 뒤, 11경기서 6승2패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했다. 외국인선수 잔혹사에 시달리던 삼성에서 재계약까지 성공했으나 이듬해 21경기서 6승5패 평균자책점 4.54에 그친 뒤, 시장으로 풀렸다.
넥센은 이런 나이트를 바로 품에 안았다. 2011년 7승15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최악의 모습을 보이나 싶었지만, 지난해엔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특급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올시즌에도 부침이 있었지만 12승10패 평균자책점 4.43으로 넥센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을 세웠다.
나이트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털어내면서 넥센에서 성공신화를 썼다. 재활용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인 것이다. 과연 시장에 나오는 외국인선수 중 '제2의 나이트'가 나올 수 있을까. 모든 건 각 구단의 선택에 달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