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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철 "이대형 보살시켜 LG에 왔나보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11-23 12:50 | 최종수정 2013-11-24 06:49



22일 열린 프로야구 2차드래프트의 최고 화제는 두산 임재철의 깜짝 LG행이었다. 다른 팀에 간다면 너끈히 외야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베테랑 선수가 40인 보호 명단에서 풀렸다는 것, 그리고 다른 팀도 아닌 한지붕 라이벌 LG로 적을 옮기게 됐다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본인은 오죽했을까. 임재철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보살로 이대형을 아웃시킬 때, 그 때 하늘이 '너는 LG로 가라'라고 정해준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두산의 은퇴권유 거절했다

임재철은 지난 20일부터 사흘간의 시간이 정말 길었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 예비군 훈련을 받아서였을까. 임재철은 "2차드래프트를 앞두고 구단에서 은퇴 후 코치직 제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은 본인이 40인 보호명단에서 빠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두산 구단 입장에서는 임재철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가운데, 어떻게라도 임재철을 팀에 남기고 싶은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임재철은 "나는 아직 살아있다"며 두산의 제의를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걱정도 들었다. 어느 팀도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차드래프트 결과 발표 전까지 시간이 정말 안갔다고 했다.

다행히 LG의 부름을 받았다. 임재철은 "만약 다른팀으로 옮기지 못했다면 내년에는 의욕이 떨어진 채 야구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이적은 내 야구인생의 반전의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임재철은 "주변에서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나이는 조금 많아도 20대 선수들에 비해 아직 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LG는 1월 체력테스트 하지 않나. 거기서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런데 새 팀이 하필 LG?

재밌는 건 새 팀이 LG라는 사실. 원소속팀 두산과 LG는 잠실구장을 같이 홈으로 쓰며 프로야구 최고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1루와 3루측 라커룸을 나눠쓰며 다른 팀 선수들보다 서로 자주 만나지만, 분위기상 다른 팀 선수들보다 덜 친할 수밖에 없다는게 선수들의 설명이다. 임재철 역시 "자주 봐도 서로 인사만 하는 정도지, 따로 만나 밥을 먹거나 하는 선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임재철도 LG 이적 최고의 숙제로 적응을 꼽았다. 다행히 삼성 시절 친하던 현재윤 정현욱 손주인 등 동료들이 있고 북일고 후배인 이상열과 유원상도 있다.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조계현 수석코치도 있어 큰 걱정은 안한다고 했다.

임재철은 LG 유니폼을 입게 된 것에 대해 "이대형을 아웃시키며 LG를 울렸다. 그리고 이대형의 빈자리를 내가 채우게 됐다. 이대형의 등번호라도 달아야하나"라고 농을 치며 "내년 가을에는 LG 유니폼을 입고 두산 선수를 홈에서 아웃시키는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 그게 프로다"라고 말했다.


임재철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LG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인기팀에서 뛰는 것은 선수에게 큰 영광이다. 선수단 지원도 매우 좋고 열심히 하면 기회도 생길 것 같다. 가족들이 이사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모로 나에게는 LG행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LG 역시 "우리 순번까지 올줄 몰랐다. 정말 뽑고 싶었던 선수"라며 쾌재를 불렀다.

임재철은 마지막으로 "사실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마치는게 내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이긴 했다"라며 아쉬운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10년을 뛴 정든 팀을 떠나 라이벌 팀으로 떠난다는 자체가 임재철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임재철은 "모두 잊고 LG가 내년 시즌 2위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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