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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지명타자가 문제다. 순수 지명타자들은 황금장갑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최우수선수(MVP) 및 최우수신인선수 시상식을 마친 2013 프로야구, 각종 시상식이 있지만 아무래도 선수들에게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역시 '골든글러브'다.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가 가려진다.
국내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수비 보다는 공격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수비력을 보는 골드글러브 외에 타격을 보는 실버슬러거가 있지만 우리는 하나의 시상식으로 통일돼 있다.
또한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기자단 투표로 진행되는 MVP, 신인왕 투표에 비해 투표권도 확대된다. 사진기자, 방송사PD, 아나운서, 해설위원 등 미디어관계자들이 대거 포함된다. 지난해의 경우, 총 371명을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이런 축제에 매년 논란이 있는 포지션이 있다. 바로 지명타자다. 글러브를 끼지 않는 지명타자에게 황금장갑을 주는 것부터 어색할 수 있지만, 후보에 오른 선수들은 불만이 있다. 순수 지명타자와 수비를 겸업하는 선수들 사이 생기는 문제다.
매년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진행한다. 선수들의 성적을 모두 뽑아서 포지션별로 정리해 상위 선수들을 추린다. 이 과정에서 '기준'이 생긴다. 대개 전체 경기의 ⅔이상 해당 포지션 수비를 나가야 기본 조건이 된다.
매년 조금씩 바뀌지만, 대부분 '⅔'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해당 포지션에서 뛴 전문성을 인정해야 하는 기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정타석과 타율, 그리고 투수의 경우엔 승수나 세이브, 평균자책점 등의 기준을 더한다. 페넌트레이스 각 부문별 1위는 수비 경기가 다소 부족해도 후보에 포함된다.
다른 포지션의 경우 큰 문제는 없다. 경기수가 부족하면 그 후보에서 제외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명타자는 문제다. 수비를 겸업하는 선수들이 많다. 때문에 '지명타자 포함 수비출전 ○○경기 이상' 등의 기준이 등장한다. 말 그대로 지명타자로 한 타석이라도 서면 지명타자 후보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삼성 이승엽이 그랬다. 이승엽은 지난해 126경기에서 교체 포함 1루수 80경기, 지명타자 50경기에 나섰다. 지명타자로 나섰다 1루수로 포지션을 옮긴 경우도 1루수 출전에 포함됐다. 지난해엔 133경기 중 ⅔인 88경기(소수점 이하 버림)가 기준점이었는데 이승엽은 1루수 부문에서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지명타자 후보가 됐다.
올해도 같은 케이스가 있다. 바로 LG 이병규(배번 9)다. 이병규는 올시즌 98경기에서 타율 3할4푼8리에 5홈런 7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11년만에 LG를 가을잔치로 이끌었다. 수위타자까지 차지한, 강력한 골든글러브 후보다.
하지만 이병규는 지명타자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경기 도중 교체를 포함하면 지명타자 56경기, 외야수 47경기, 1루수 1경기에 나섰다. 그동안의 기준을 보면, 외야수 부문 후보에 오르는 건 힘들다.
수위타자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영향은 없다. 개인 타이틀은 수비 경기수가 부족할 때 후보등록을 돕는 요소인데, 이병규의 경우엔 외야수보다 지명타자로 나선 경기가 많다. 반대로 외야수로 많이 나섰다면, 지난해 수위타자 김태균(1루수 84경기 출전)처럼 수비 경기수가 부족해도 외야수 후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순수 지명타자들은 다소 억울하다. 데뷔 후 단 한 차례도 황금장갑을 끼지 못한 NC 이호준은 지난해 이승엽이 지명타자 후보가 되면서 첫 수상의 꿈을 날렸다. 이번엔 수위타자 이병규가 막강한 경쟁자로 나타날 분위기다. 이호준은 "프로 입단 후 유일하게 없는 게 골든글러브다. 지명타자도 엄연한 한 부문인데 다른 포지션처럼 규정을 만들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KBO는 현재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 작업을 진행중이다. 기준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KBO 관계자는 "지명타자의 경우 다른 포지션과 다른 특성이 있어 매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올해도 고민하고 있다.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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