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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다운 혼연일체의 야구로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패자가 아니다."
4위로 올라와 사상 첫 '리버스 우승'을 꿈꾸던 두산의 반란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까지 그들은 끈끈한 투혼과 뚝심을 앞세워 강적들과 멋진 한판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결국 삼성의 벽을 넘어서진 못했다. 두산은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3대7로 패하며 준우승으로 2013 프로야구 시즌을 마감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첫 마디로 "결국 프로에서 패배는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다"라면서 "우리 선수들은 모두 대견하게 투혼을 발휘해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비록 삼성이 우승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 선수들이 칭찬과 격려를 받을 만하다. 투혼을 발휘해줬으니 따뜻한 격려를 받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삼성 선수들도 수고했고, 우승을 축하한다"고 담담한 심경을 밝혔다.
한국시리즈를 치르며 아쉬운 부분이 왜 없었을까. 두산 선수들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지쳐버렸다. 크고 작은 부상이 온 몸에 아로새겨지며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그래도 투지와 승리를 향한 의지만큼은 새벽별처럼 빛을 뿜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에 그런 모습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투혼만으로는 삼성을 넘기에 부족했다. 두산은 1, 2차전을 먼저 따내며 기세를 높였다. 3차전에 한번 졌지만, 4차전을 따내며 3승1패를 기록해 우승 7부 능선에까지 먼저 도착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이미 두산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쳤다. 결국 5~7차전에 모조리 패하며 우승을 향한 등반을 마감하고 말았다.
김 감독은 "초반 승부가 중요했었는데, 포스트시즌을 거치며 가용 인원이 줄어들었다. 선수들이 지쳐서 배트가 안 나올 정도였다"면서 "의욕은 뛰어났지만, 한계에 부딪힌 선수들이 많았다. 이제와 하는 얘기지만 이원석도 정말 무리해서 출전한 것이고, 오재원의 부상도 심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역경을 딛고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와준 것이 참 고맙다. 시리즈에서 아쉬웠거나 잘못된 것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선수들 모두 잘했다"고 칭찬과 격려의 말을 전했다.
비록 패자이긴 해도, 두산은 충분히 의미있는 경기를 많이 해냈다. 김 감독 역시 이런 점에 대해 선수들을 칭찬하면서 '희망'을 이야기 했다.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참 많은 소득을 남겼다. 한국시리즈 오기 전에 힘든 과정 겪으면서 느낀 점도 참 많았다. 앞으로 우리팀이 좀 더 많은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시리즈 최종전까지 오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고, 또 희망을 갖게 됐다"며 내년 시즌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어느 한 선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선수들이 잘 해줬다. 우리는 어느 하나도 패자가 없다. 두산 베어스의 마음가짐이 하나라는 것, 혼연일체된 모습 등을 마음속에 남겼다. 두산 베어스는 하나다. 앞으로 우리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지금같은 마음을 하나로 모여줘야 한다"며 팀이 새롭게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의 아픈 패배를 딛고 두산이 다시 내년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