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혈투, 필승카드 밖에서 갈라진 승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9-08 20:47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LG의 프로야구 경기가 8일 잠실에서 펼쳐졌다. LG 리즈가 선발 등판 삼성 타선을 상대로 역투를 하고 있다. LG 선발 리즈가 제구력 난조로 배영섭에게 사구를 허용한 후 7회에도 박석민의 몸을 때리자 차명석 코치가 리즈를 강판 시키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9.08/

삼성 류중일 감독(50)과 LG 김기태 감독(44)의 친분은 남다르다. 사석에서는 형-동생으로 서로를 부른다. 현역 시절 둘의 인연은 김 감독이 쌍방울을 거쳐 삼성으로 옮긴 99년 류 감독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본격화됐다. 류 감독이 은퇴후 지도자로 변신한 뒤로는 2000~2001년 코치와 선수로 역시 삼성서 동고동락했다. 사령탑 신분으로 다시 만난 후에도 둘은 여전히 친밀함을 과시한다. 잠실이든 대구든, 두 팀이 만날 때면 경기전 서로를 감독실로 초대해 이야기꽃을 피운다.

삼성과 LG의 선두 다툼이 치열한 요즘도 둘은 변함없다. 8일 잠실에서 열린 양팀간의 시즌 15차전. 경기전 김 감독은 류 감독을 보자 "감독님, 이야기좀 하시죠"라며 LG 감독실로 안내했다. 30분 정도 환담을 나눈 뒤 류 감독이 3루 덕아웃으로 돌아와 취재진과 만났다. 류 감독은 "김 감독이 노젓는 이야기를 하던데. 노를 저어도 잘 안나간다고. 사실 뭐 우리도 잘 안나가기는 마찬가지"라며 껄껄 웃었다. 1위를 다투는 입장이지만 생각만큼 레이스가 쉽지 않다는 공통된 화제를 놓고 비유를 해가며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었다.

두 사령탑의 필승전략은

그러나 승부는 승부고, 친분은 친분이다. 이날 LG는 전날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지그재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1번 박용택부터 9번 오지환까지 선발 9타자가 좌-우 순서대로 배치됐다. 삼성 왼손 선발 차우찬을 공략하기 위한 김 감독의 전략. 반면 삼성은 라인업보다는 배터리에 변화를 줬다. 선발 차우찬의 포수 파트너로 진갑용을 선택했다. 류 감독은 "올해 차우찬 선발때 갑용이가 마스크를 쓰는건 오늘이 처음"이라며 "지난번 대구에서 차우찬이 중간으로 들어갔을 때 진갑용과 호흡을 맞춰 아주 잘 던졌다"고 소개했다. 차우찬은 지난 3일 대구 KIA전서 6회 등판해 1⅓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적이 있다. 당시 포수가 진갑용이었다. 이날 LG를 상대로 당시 느낌 그대로 가보자는 것이었다. 삼성이 필승 배터리를 낸데 대해 LG가 필승 라인업으로 맞대응한 셈이었다.

지그재그 타선의 위력

필승전략의 결과는 어땠을까. LG는 차우찬을 상대로 5회까지 안타 6개와 볼넷 5개로 3점을 뽑아내며 3-1의 리드를 잡았다. 차우찬은 1회에만 볼넷 3개를 내주며 제구에 어려움을 겪은데다 정성훈에게 볼카운트 1B에서 2구째 몸쪽 직구를 던지다 좌월 투런홈런을 맞고 먼저 2점을 내주며 기선을 빼앗겼다. LG의 지그재그 타선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의미. 1회 박용택의 볼넷 후 손주인의 희생번트, 이진영의 땅볼로 만든 2사 3루서 오른손 타자 정성훈이 홈런을 때리며 시작부터 기세를 올렸다. LG는 1회 추가득점을 하지 못했으나, 왼손 이병규(배번 9)와 오른손 정의윤이 잇달아 볼넷을 얻어 삼성 배터리를 흔들었다. 4회 추가 1득점을 올리는 과정에서도 1사후 왼손 이병규(배번 7)의 중전안타에 이어 오른손 윤요섭이 볼넷을 얻어냈고, 2사후 왼손 박용택이 우전적시타를 때리며 삼성 배터리를 정신없이 만들었다.

다른 곳에서 갈라진 승부

그러나 승부의 주연은 LG 선발 리즈였다. 삼성 타선을 압도하며 팀에 승리를 안김과 동시에 두 차례 아찔한 사구로 경기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도 했다. 6이닝 동안 3안타와 4사구 5개를 내줬지만, 삼진 7개를 곁들이며 2실점으로 막아냈다. 특히 3-1로 앞선 6회 무사 1,2루서 삼성 정형식 박한이 최형우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160㎞에 이르는 빠른 공으로 잠실팬들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LG는 3-2로 앞서 있던 7회 삼성의 주축 불펜 안지만을 상대로 2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끌어왔다. 1사후 정성훈의 2루타, 이병규의 고의4구까지는 삼성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윤의 3루쪽 번트 타구를 안지만이 잡았다 놓치는 바람에 만루가 돼 버렸다. 기록상 내야안타였지만, 안지만은 곧이어 이병규(배번 7)에게 2타점 좌전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삼성은 8회 잡은 기회에서 LG 불펜을 상대로 2점을 만회했으나, 마무리 봉중근의 아성을 끝내 넘지는 못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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