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야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 운 좋은 투수인 거 같다."
김광현은 "팀이 이겨서 좋다. 개인적으로 승리한 것은 부끄럽다. 제구가 잘 안 됐다. 많은 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초반 타자들이 벌어진 점수에서 불안하게 리드했다. 강민호 선배에게 홈런 맞고 동점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전력투구했다"면서 "점수를 주고 싶어 주는 건 아니다. 어깨 부상에서 벗어난지 1년도 안 됐다. 내년부터가 진짜다. 남은 시즌 내가 등판할 때마다 이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2007년 신인 1차 지명으로 SK에 입단했다. 첫 시즌 3승7패로 프로 맛을 봤고, 2008시즌 에이스로 우뚝 섰다. 16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다. 2009년 12승으로 승수는 주춤했지만 평균자책점(2.80) 1위를 차지했다. 김광현은 2010년 커리어 하이인 17승으로 두번째 다승왕에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류현진(당시 한화, 현 LA 다저스)과 함께 국내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였다.
김광현이 지난 2년 동안 부진했던 이유는 몸상태 때문이었다. 부상이 그를 계속 괴롭혔다. 피로가 쌓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0년 한국시리즈 이후 안면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2011년 7월 왼 어깨에 통증이 시작됐다. 그해 8월엔 타구에 맞아 왼 손등을 다쳤다.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에도 왼 어깨가 시원찮았다. 9월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마쳤다.
김광현은 지난해 12월 한국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명단에 포함됐다가 어깨가 시원찮아 대회에 불참했다. 미국 병원 검진 결과, 수술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어깨가 칼을 대는 대신 재활 치료 및 훈련을 선택했다. 그는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이번 시즌도 1군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발동도 늦게 걸렸다. 6월까지 3승(5패)에 그쳤지만 7~8월 6승을 추가했다.
전문가들은 김광현의 구위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일단 어깨 통증을 호소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직구 구속이 155㎞까지 치솟았다. 자기 구위에 자신감을 찾아갔다.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변화구 제구도 잡혀갔다. 이만수 SK 감독은 구위만 놓고 보면 김광현이 현재 SK 1선발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