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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로 불릴 정도의 정다운 사제지간,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냉혹하기 그지 없었다.
생김새도 상당히 비슷한데다, 출신도 대구로 같으니 손승락으로선 김 감독이 '야구의 아버지'이다. 게다가 동갑내기 오승환(삼성)의 그늘 밑에서 늘 2인자였던 손승락이 올 시즌 벌써 36세이브를 올리며 특급 마무리의 상징인 40세이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으니 김 감독으로선 대견할 따름이다.
4일 목동구장서 열린 넥센과 롯데의 경기를 앞두고 손승락이 '아버지'에게 인사하기 위해 롯데 덕아웃을 찾은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던 중 김 감독은 뜬금없이 "네가 넥센뿐 아니라 우리팀 마무리도 겸업하면 안되냐"고 말을 꺼냈다. 물론 가능성 없는 농담이었다. 비록 김성배가 27세이브로 이 부문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전날 경기에서 9회 2점을 줬듯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정대현이 부진하자 4월부터 마무리로 뛰었던 선수다. 김성배가 없었다면 지금 4위 경쟁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라면서도 마무리 4년째를 맡으면서 날로 든든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손승락의 존재감이 부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2-3으로 지고 있던 롯데가 8회 1사 1,2루의 찬스를 맞자 넥센 염경엽 감독이 한현희를 내리고 일찌감치 손승락을 투입한 것. 전날 패했기 때문에 이날마저 진다면 승차가 1.5경기로 줄어들 수 있었기에 염 감독으로선 필승의 카드인 손승락을 꺼내든 것이다.
그러자 김 감독은 문규현 대신 이인구를 대타로 내며 맞불을 놓았다. 3구째 이인구의 방망이가 돌았지만 이 공은 3루수 김민성 정면으로 굴러갔다. 김민성이 3루를 찍고 1루까지 뿌리며 병살타로 순식간에 이닝이 끝났다.
자신이 키운 제자의 날카로움이 비수가 되어 꽂히는 순간이었다. 한솥밥을 먹던 스승과 제자가 떨어지면 어쩔 수 없는 법. 한없이 따뜻한 관계라도, 그라운드 안에선 철저히 냉혹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가을야구를 향해 경쟁하는 4위와 5위의 싸움이니 더욱 그럴 수 밖에.
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