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야구의 아버지와 아들', 그들의 승부는 과연?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09-04 22:04


2.5게임차로 4위와 5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4일 목동구장에서 맞붙었다. 8회초 1사 1,2루의 위기에서 등판한 넥센 손승락이 롯데 대타 이인구를 3루수앞 병살타로 잡은 후 환호하고 있다.
목동=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9.04/

'아버지와 아들'로 불릴 정도의 정다운 사제지간,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냉혹하기 그지 없었다.

3일 현재 36세이브로 이 부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의 마무리 투수 손승락은 롯데 김시진 감독의 작품이다.

군에서 제대한 후 2010시즌부터 다시 뛰기 시작했을 때 이전처럼 선발로 계속 뛰게 해달라는 손승락을 최대한 설득해 마무리 투수를 전환시킨 것도 당시 넥센의 사령탑이었던 김 감독이었다. 손승락 외에는 마땅한 대안도 없었기도 했지만, 배짱 두둑한 강속구를 던지는 제자를 한국의 대표 마무리로 키우고 싶은 바람도 담겨 있었다.

생김새도 상당히 비슷한데다, 출신도 대구로 같으니 손승락으로선 김 감독이 '야구의 아버지'이다. 게다가 동갑내기 오승환(삼성)의 그늘 밑에서 늘 2인자였던 손승락이 올 시즌 벌써 36세이브를 올리며 특급 마무리의 상징인 40세이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으니 김 감독으로선 대견할 따름이다.

4일 목동구장서 열린 넥센과 롯데의 경기를 앞두고 손승락이 '아버지'에게 인사하기 위해 롯데 덕아웃을 찾은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던 중 김 감독은 뜬금없이 "네가 넥센뿐 아니라 우리팀 마무리도 겸업하면 안되냐"고 말을 꺼냈다. 물론 가능성 없는 농담이었다. 비록 김성배가 27세이브로 이 부문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전날 경기에서 9회 2점을 줬듯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정대현이 부진하자 4월부터 마무리로 뛰었던 선수다. 김성배가 없었다면 지금 4위 경쟁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라면서도 마무리 4년째를 맡으면서 날로 든든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손승락의 존재감이 부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전날에는 9회초까지 리드하고 있었기에 '다행히' 만나지 않았고, 이날도 덕아웃에서는 반갑겠지만 절대 마운드에서는 보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그런 김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2-3으로 지고 있던 롯데가 8회 1사 1,2루의 찬스를 맞자 넥센 염경엽 감독이 한현희를 내리고 일찌감치 손승락을 투입한 것. 전날 패했기 때문에 이날마저 진다면 승차가 1.5경기로 줄어들 수 있었기에 염 감독으로선 필승의 카드인 손승락을 꺼내든 것이다.

그러자 김 감독은 문규현 대신 이인구를 대타로 내며 맞불을 놓았다. 3구째 이인구의 방망이가 돌았지만 이 공은 3루수 김민성 정면으로 굴러갔다. 김민성이 3루를 찍고 1루까지 뿌리며 병살타로 순식간에 이닝이 끝났다.

자신이 키운 제자의 날카로움이 비수가 되어 꽂히는 순간이었다. 한솥밥을 먹던 스승과 제자가 떨어지면 어쩔 수 없는 법. 한없이 따뜻한 관계라도, 그라운드 안에선 철저히 냉혹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가을야구를 향해 경쟁하는 4위와 5위의 싸움이니 더욱 그럴 수 밖에.
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