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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외국인 우완 소사의 직구는 무시무시했다. 27일 광주 롯데전에서 평균 구속 150㎞ 초반의 직구는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연신 헛돌게 만들었다. 소사는 삼진 10개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경기 초반 투구수가 많았다. 결정구인 직구가 롯데 타자들의 눈에 익숙해지면서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 6이닝(1실점)을 소화했을 때 이미 투구수가 120개였다. 더 던지고 싶어도 던질 수가 없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한 소사는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롯데 선발 좌완 유먼은 7이닝 2실점(1자책)했다. 투구수는 98개. 유먼은 훨씬 적은 공으로 긴 이닝을 버텨주었다. 유먼 역시 승패와 무관했지만 팀이 승리하면서 소사와의 맞대결에서 판정승했다.
소사는 내년 KIA와 재계약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가능성이 50대50으로 봐야 한다. 소사는 지난해 9승, 올해 8승을 했다. 그런데 올해 평균자책점이 5.29로 지난해 3.54에서 치솟았다. 선발 투수가 평균자책점이 5점대라는 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위력적인 구위를 갖고 있는 건 입증이 됐다. 하지만 기복이 심하고 제구가 흔들린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요즘 이미 9개 구단은 2014시즌을 대비해 외국인 선수 물색에 나섰다. 팀 스카우트와 현지 정보원들을 통해 구단이 계속 지켜보고 있는 외국인 투수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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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내야구에 통할 수 있는 선수 찾기다. 최근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한 삼성이 이번 시즌 막판 LG의 맹추격을 받으면서 고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 3명(로드리게스 퇴출)이 올린 승수가 고작 9승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빠른 공을 던져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투수를 원했다. 구단은 류 감독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했지만 결국 이번 시즌 데려온 선수들은 기대치에 한참 모자랐다.
그럼 어떤 외국인 선수가 국내에서 통할 가능성이 높을까. 김시진 롯데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성공은 마치 로또 같다"고 말한다. 수십년 야구를 한 전문가들의 눈에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정확한 눈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그게 또 선수를 보는 능력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사의 직구에 윤희상(SK)의 포크볼 또는 김진우(KIA)의 커브를 겸비한 선수가 제 1순위다. 그런데 그 정도의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선수는 국내 무대로 데려오기가 힘들다. 그런 선수를 메이저리그 팀들이 가만 둘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구속을 우선할 건지 아니면 제구력을 먼저 볼 지를 정하게 된다. 요즘은 국내 타자들의 배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빠른 구속만 갖춘 투수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 로드리게스, KIA 앤서니가 중도 퇴출됐다.
대신 결정구로 제구가 되는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선수가 선호 대상이다. SK 세든(11승)이 올해 통한 건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같은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린 넥센 나이트도 싱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국내야구는 2015년부터 KT 위즈가 1군에 참가하면서 10구단 체제가 된다. 외국인 선수의 수요는 자꾸 늘고 있다. 통할 것 같은 선수 풀은 정해져 있고 경쟁을 더욱 치열해지는 셈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한국 외국인 선수 시장의 버블이 너무 심하다. 과열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구단이 선수 몸값을 너무 올려 놓았다. 그러면서 깜냥이 안 되는 선수들이 무턱대고 높은 연봉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투수 쪽으로 편중되면서 구단들이 몇몇 선수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선수와 에이전트가 이쪽과 저쪽을 오가면서 몸값을 끌어올리는 웃긴 상황도 벌어졌다. 그렇지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외국인 선수들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가고 있다.
광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