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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3루코치 변신, 어떻게 봐야할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7-17 10:45


한화 이종범 주루코치가 16일 광주 KIA전부터 3루코치로 변신해 야전 사령관으로 나섰다. 이 코치를 3루코치로 내세운 한화는 연장 12회 끝에 8대3으로 승리했다. 한화의 분위기 반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삼성 류중일 감독은 최근 3루코치의 고단함을 소개한 적이 있다. 잘 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비난받는 자리가 3루코치라고 했다.

지난 5일 잠실에서 벌어진 두산과 삼성의 경기. 1-7로 뒤지고 있던 삼성의 5회초 공격 2사 1,2루서 채태인이 1-2루간을 빠지는 타구를 날렸다. 두산 2루수 오재원이 외야까지 뒤로 물러나 수비를 하는 상황에서 내야안타가 유력해 보였다. 이때 2사후라 자연스럽게 스타트를 끊은 2루주자 박한이는 타구의 방향을 확인하지 않고 3루를 돌았다. 타자주자를 아웃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오재원은 시선을 돌려 3루를 돈 박한이의 움직임을 보고는 공을 3루로 송구했다. 박한이는 3루 귀루를 시도했지만,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협살에 걸려 그대로 아웃됐다. 여기까지는 TV중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장면이다.

당시 박한이의 주루사가 가장 아쉬웠던 사람은 김재걸 3루코치였다. 류 감독에 따르면 김 코치는 당시 5회 이닝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와서는 심하게 자책을 하더란다. 박한이를 제대로 3루에 세우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류 감독은 "괜찮아. 그게 왜 당신 책임이야. 그건 막을 수가 없어"라며 김 코치를 위로했다고 한다. 오재원의 송구 방향을 본 김 코치는 3루를 향해 뛰어오는 박한이를 향해 정지 신호를 보냈지만, 2사후라 안타든 아웃이든 그대로 내달릴 수 밖에 없던 박한이는 김 코치의 신호를 제대로 볼 상황이 아니었다.

류 감독은 "내가 감독 되기 전에 수비-주루코치만 10년을 했다.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3루코치로 서 있으면 2루에서 오는 주자들의 주루를 통제하기가 정말 어렵다. 2루주자가 뒤에 눈을 달고 있지 않는 이상 3루를 돌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막을 도리가 없다"며 3루코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화가 16일 광주 KIA전서 올시즌 처음으로 이종범 주루코치를 3루코치로 세웠다. 주루 담당인 이 코치는 그동안 1루 코처스박스에 서서 1루주자들의 베이스러닝을 지휘했다. 그러나 이날부터 작전과 주루코치를 병행하게 됐다. 벤치의 작전을 주자와 타자들에게 전달하고, 주자들의 베이스러닝을 총괄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현역 시절 주루와 작전수행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준 이 코치를 3루코치로 기용함으로써 활기찬 분위기를 조성해 경기를 풀어가겠다는 김응용 감독의 계산이 깔린 조치다.

이날 KIA전서 이 코치의 활약은 합격점이었다. 2-3으로 뒤진 9회초 1사 1루서 고동진의 좌중간 2루타때 1루주자 추승우의 홈대시를 적극 독려해 극적인 동점을 이끌었다. 연장 12회 5점을 뽑아내는 과정에서도 총 8명의 주자를 맞은 이 코치의 움직임은 바빴다. 오선진의 2타점 쐐기 우전안타 때는 2루주자 조정원의 홈 대시를 적극 지시하기도 했다. 이종범 코치를 '필드 사령관'으로 내세운 한화는 이날 올시즌 최장인 5시간28분의 혈투 끝에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전반기 막판 바닥까지 떨어진 사기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류 감독의 말대로 이 코치도 앞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실수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3루코치 첫 날, 이 코치는 활발한 움직임과 작전 전달로 호평을 받았다. 코치 보직 하나 바꾼게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경기중 팀의 주루 시스템을 책임지는 3루코치의 활약이 전체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게 야구다. 현역 시절 '바람'으로 불렸던 이 코치가 기나긴 침묵에 빠진 한화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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