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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 고'에 두산이 뜬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7-15 23:13 | 최종수정 2013-07-16 06:44


시리즈 스윕 위기에 몰린 1위 삼성과 상승세의 두산이 7일 잠실에서 만났다. 이날 경기의 시구자로 나선 영화 '미스터 고'의 주인공 서교가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운동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교는 '아시아의 다코다패닝'으로 불리우는 중화권 배우로 한국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킹 됐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7.07/



최근 화제의 영화 '미스터 고'의 개봉을 앞두고 뜨는 프로야구단이 있다. 두산 베어스다.

17일 개봉하는 '미스터 고'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그의 15세 매니저 소녀 '웨이웨이(서교)'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가 돼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을 흥행시켰던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진작부터 영화계 화제였다.

국내 자체 CG기술을 통해 할리우드 예산의 10분의1(약 120억원)에 불과한 제작비로 영화를 완성해 할리우드를 위협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한·중 합작으로 만들어서 중국에서만 5000여개 개봉관을 확보해 영화 한류열풍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도 화제에 올랐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야구를 소재로 한 국내 최초의 첨단 3D 영화여서 야구 팬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스터 고'는 현재 각 방송 CF를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개봉박두 분위기를 띄우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각종 홍보물을 통해 소개되는 예고편을 보다 보면 야구 팬들의 시선을 유독 끌어당기는 게 있다. 주인공 고릴라(링링)이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이다.

비슷하게 모사한 것이 아니라 'BEARS'라는 구단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진품 유니폼이다. 덩달아 두산은 한국과 중국에서 구단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흔히 이 정도 구단 마크 노출이라면 두산 구단이 영화 제작이 깊이 간여한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산은 생각지도 못한 '대어'를 건진 것이나 다름없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영화 제작사 측은 두산 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 다른 구단에게도 협조요청을 했다고 한다.

두산이 당초에 받은 협조요청 사항은 '영화 내용에 귀구단의 유니폼 디자인과 팀 이름을 사용하고자 하는데 허락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일부 구단들은 이같은 제안을 받고 혹시 영화에 모기업과 구단 명칭을 노출해주는 대가로 광고비 명목으로 제작비 지원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꺼려했단다.

두산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광고비 등 큰돈이 들어가는 협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결국 다른 팀들이 주저하는 사이에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때마침 두산의 홈구장이 국내 최대인 잠실구장이어서 '그림'을 만들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영화 속에서 링링이 속한 두산과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상대팀으로 등장하는 것은 신생팀 NC라고 한다.

두산이 '주연'이라면 NC는 '조연'인 셈이다. NC도 흔쾌히 손을 잡았다. 신생팀의 특성상 영화에서라도 구단 명칭을 한 번이라도 더 알릴 수 있는 게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두산 구단 김태준 홍보팀장은 "그렇지 않아도 예고편이 나오니까 주변에서 돈 얼마를 들였냐고 묻는데 제작비 지원같은 것은 전혀 없다"면서 "영화 내용이 야구 팬들을 위한 것이어서 그냥 팬 서비스라고 생각해 유니폼 사용을 허락해주고 사소한 도움을 준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이 말한 사소한 도움은 영화 촬영시 필요할 때 잠실구장을 장소로 빌려주고, 홈관중 응원 장면 연출에 필요한 구단 유니폼 상의를 제공한 정도다.

두산은 지난 7일 삼성과의 홈경기서 '미스터 고'의 주인공으로 열연한 중국 여배우 서교를 초청해 시구를 맡기는 등 영화 홍보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대신 홈경기 전광판에서 타자 등장 선수 소개를 할 때 두산 유니폼을 입은 '링링'의 영상을 틀어주며 또다른 볼거리를 선사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우연하게 맺어진 '곰'과 '고릴라'의 만남은 한동안 프로야구계 유쾌한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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