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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신종길이 꿈에서도 타석에 선 까닭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7-15 16:44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가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목동구장에서 맞붙었다. 1회초 2사 만루 KIA 신종길이 2타점 중전안타를 치고 있다.
목동=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5.05/

"꿈에서도 타격 훈련을 해봤다니까요."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인과율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원인없는 결과는 없고, 노력없는 성취도 없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가진 선수라도 제대로 된 훈련을 해내지 못하면 금세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스포츠계의 진리다. 무수하게 명멸했던 유망주와 예비 스타들이 이를 몸으로 입증한다.

그런데 이러한 진리를 깨닫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말로 하기는 쉬워도 직접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선수들이 나온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갈 때쯤 대오각성해서 기량을 만개하는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은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전해준다. 신고선수 출신 스타 이종욱(두산)이나 팀에서 방출됐다가 다시 입단해 신인왕을 거쳐 타격 3관왕까지 차지한 삼성 최형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대열의 끝자락에 KIA 외야수 신종길이 서 있다. 아직은 완전히 잠재력을 꽃피웠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신종길은 KIA가 전반기에 대표적으로 거둔 알찬 성과의 하나다. '10년 유망주'로 불리던 신종길이 드디어 '유망주'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있다.

신종길은 올해 KIA 외야에서 주전과 백업 자리를 오가며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46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6푼(139타수 50안타)에 2홈런 24타점 10도루를 기록 중이다. 대단히 뛰어난 성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타율이 매우 높지만, 규정타석(15일 기준, 201타석)에 50타석이 모자라다. 부상으로 인해 약 한 달 정도 공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길의 올 시즌 전반기 팀 기여도는 수치로 나타난 성적을 월등히 능가한다. 시즌 초반, 김주찬의 부상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주면서 주전 외야수로 공수에서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김주찬이 개막 후 4경기 만에 왼쪽 손목 골절상으로 이탈하면서 공수에 큰 공백이 생길 뻔했는데, 신종길이 그 자리를 채워준 것이다.

2003년 프로 입단 후 늘 '유망주'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변변한 활약을 펼쳐보이지 못했던 신종길은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주찬의 부상이 아니었더라면 백업 외야수로 출전기회를 많이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우연히 찾아온 마지막 기회마저 놓칠 수는 없었다. 신종길은 이를 악물고, 매 경기에 혼신을 다했다.

그 결과 신종길은 공격과 수비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우뚝 섰다. 지난 5월 15일 광주 SK전에서 안타를 치고 달리던 중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이 찾아오기 전까지 무려 3할5푼대의 맹타를 휘둘렀었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한 차례 고비를 만나기도 했지만, 신종길은 26일 만에 1군에 돌아온 뒤에도 변함없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런 맹활약의 비결은 역시 절실한 마음에서 출발한 훈련이었다. 신종길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스프링캠프부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노력은 시즌 개막 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배트를 휘두르고, 영상 분석을 통해 상대 투수를 분석하고, 머릿속으로 가상의 대결을 펼치는 것을 쉬지 않았다.

어떨 때는 꿈속에서도 투수와 대결한 적도 있다고 한다. 신종길은 "쉬는 일정이 많아지면서 타격감을 유지하는 게 참 어렵다. 타격감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팀 투수들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어떻게 대결할 지를 늘 생각하고 있다"면서 "사실 지금 타격감이 좋은 상태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시즌 끝까지 유지하느냐다. 시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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