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올리올스의 좌타자 슬러거 크리스 데이비스(27)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줄을 그었다.
앞으로 데이비스가 출전할 수 있는 경기는 최대 66경기.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페이스를 그대로 이어갈 경우 본즈의 대기록에 거의 육박할 수 있다. 이미 일부에선 본즈가 금지약물 복용 논란에 휩싸인 만큼 73홈런이 기록으로서 가치가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데이비스가 60홈런을 넘고 70홈런에만 근접하더라도 찬사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2001년 본즈 이후 지금까지 60홈런 이상을 친 선수는 없었다. 2006년 라이언 하워드(당시 필리델피아)가 58홈런, 2002년 알렉스 로드리게스(당시 텍사스)가 57홈런으로 가장 근접했다.
하지만 정작 데이비스가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화려하게 꽃을 피운 곳은 텍사스가 아닌 볼티모어였다. 2008년 6월 메이저리거가 된 그는 홈팬의 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삼진을 밥먹듯 당했다. 안타 보다 삼진수가 많았다. 매시즌 마이너리그를 들락날락했고, 결국 텍사스는 2011년 7월 불펜 보강을 위해 우에하라 고지(현재 보스턴)를 영입하면서 데이비스를 볼티모어에 넘겼다. 텍사스 입장에선 데이비스가 이번 시즌 타격이 폭발하면서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됐다.
볼티모어 선에 따르면 그는 어릴 때부터 힘이 장사였다고 한다. 롱뷰고교 시절 장외 타구를 심심찮게 날렸다. 또 그만큼 성격도 다혈질이었다. 승부욕도 강했다.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다 집 천장을, 수영장 다이빙대를 부순 적도 있다.
데이비스에게 강한 승부욕을 길러 준 것 아버지(린 데이비스)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경기에서 삼진을 당하거나 뜬공을 쳤을 때 야간에 배팅볼을 던져주며 입에서 단내나게 훈련을 시켰다. 텍사스에서 좌절을 맛봤을 때는 지금의 아내인 질과 종교(기독교)가 그를 평정심을 갖도록 잡아주었다고 한다.
데이비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시즌을 풀타임 출전, 타율 2할7푼, 33홈런, 85타점을 기록했다. 또 보스턴 원정 연장 경기에서 구원 투수로 깜짝 등판, 승리투수가 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데이비스는 17일(한국시각)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리는 2013년 올스타전 아메리칸리그 1루수로 출전한다. 16일엔 홈런 더비에도 나간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